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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반토막 난 이유는? “트럼프+가짜뉴스+외화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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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5 11:00:00 수정 : 2018-08-14 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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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터키 리라화 폭락
폭락한 터키 리라화. 출처=연합
터키 리라화의 폭락이 계속되고 있다. 미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14일 기준 7리라를 밑돌며 그 가치는 올 들어 40% 넘게 떨어진 상태다. 이는 신흥국의 불안감을 부추겨 브라질 헤알화, 아르헨티나 페소화, 멕시코 페소화 등 가치도 덩달아 약세를 띠고 있다.

이번 터키 리라화 폭락의 방아쇠를 처음 당긴 건 미국이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의 관세를 2배 이상 인상하겠다고 예고하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대거 터키를 떠났다. 여기에 터키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계가 잦은 테러와 쿠데타로 위기를 겪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드로안 터키 대통령의 무리한 저금리 정책도 경제 위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의 관세를 2배 이상 인상을 예고하며 트위터에 올린 글.

◆ 세계 경제 뒤흔든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터키가 미국인 선교사 앤드루 크레이그 브런슨(50)을 구금하면서 발단했다. 터키 사법당국은 브런슨 목사가 지난 2016년 발생한 군부 쿠데타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간첩·테러조직 지원 등의 혐의로 2년 가까이 구금하고 있다. 미국은 같은 해 10월 부당한 구금이라며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구했으나 터키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기독교인이자 가족 구성원이자 훌륭한 인물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장기구금하고 있는 터키에 대해 미국은 대규모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목사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어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은 터키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에게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런데도 터키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트럼프는 더 강력한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 10일 트럼프는 “터키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인상할 것을 승인했다”며 “철강 관세율은 50%, 알루미늄은 20%가 된다. 지금 터키와 미국의 관계는 좋지 않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에 따른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이 짧은 메시지에 세계 경제는 요동쳤다.

틀어진 미국, 터키 관계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터키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터키의 지난 월요일은 리라화가 폭락한 ‘블랜 먼데이’가 됐다. 이에 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12일 “우리는 미국에 항복하지 않겠다. 우리는 계속 생산을 하고 수출을 늘려갈 것”이라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터키 경제 위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외부세력의 소행?

터키 리라화 폭락을 조장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스탄불 검찰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터키의 안전을 위협하기 위해 경제적 공격을 하는 외부세력의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2016년 터키 내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세력이 지목되기도 했다. 에드로안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SNS에는 ‘경제 테러리스트’들이 있다”며 “사법 당국이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외부세력을 언급했다.

터키 수사당국은 집중 수사에 나선 상태다. 13일 아나돌루통신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터키 내무부는 지난 7일 리라화 폭락을 조장하는 글을 쓴 SNS 계정 346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단속에 들어간 SNS 게시물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환율 정보를 제공하는 ‘가짜 뉴스’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터키 금융범죄수사위원회(MASAK)도 경제를 왜곡할 의도로 공유되고 있는 ‘가짜 뉴스’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출처=AFP 연합뉴스

◆ 리라화 폭락 “무지한 독재자의 나라 운영…외화부채 탓”

터키 경제 악화는 이미 예견된 사태라는 분석도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알려진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는 13일 트위터에 자신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소개하며 “터키 금융위기가 인도네시아, 태국, 아르헨티나에서 (1998년) 발생했던 위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지한 독재자가 나라를 운영했을 때 터키에 어떤 위기가 일어나는지 보여준다”며 에드로안 대통령에도 책임을 물었다.

크루그먼은 터키 경제 위기에 대해 외화부채로 인한 버블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터키는 외화부채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올해 2분기 7.22%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높은 경제 성장률을 이어갔지만 터키의 외화부채는 총 4600억 달러수준으로 GDP의 55%에 달했다.

이로 인해 터키의 물가는 치솟았다. 올해 7월 기준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6%에 달했다. 올해 터키 중앙은행 목표치인 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렇듯 급격한 물가 상승에도 에드로안 대통령은 저금리를 고집했다. 그는 “금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하고 부자는 더 부자로 만드는 착취도구이기 때문에 최저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에 낮은 금리를 압박해 왔다.
지난 2016년 터키 이스탄불 테러. 출처=인디펜던트

높은 경제 성장률에 물가는 상승했지만 터키의 경제는 어려움에 봉착해왔다. 특히 에드로안 대통령이 14년간 장기집권하며 발생한 2016년 군부 쿠데타는 터키의 주력 산업인 관광 산업을 타격했다. IS(이슬람국가) 등 각종 테러의 공포도 관광객들의 불안을 키웠다. 미국의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인상은 외화 유출을 부추겼다. 크루그먼은 “어떤 이유로든 해외 대출이 중단되면 그동안 쌓아왔던 외화부채는 경제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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