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내 최대 농업용 저수지(유효저수량 1억654만4000t)인 나주호의 저수량은 2358만5000t으로 저수율은 22.1%에 불과하다. 평년 61%의 3분의 1수준으로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나주호는 나주시와 인근 영암군 등 9개면 농경지 9054㏊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줄이다. 농업용수가 필요한 벼 이삭이 나오는 시기가 다가오자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나주호 농업용수로 농사를 짓는 이모(78)씨는 “한 해 농사에서 수확을 앞둔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때 물을 받지 못하면 열매가 자라지 않아 농사를 망친다”고 토로했다.
목 타는 대지 13일 오후 전남 나주시 왕곡면 신포저수지가 가뭄에 말라 거북등처럼 갈라진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나주=연합뉴스 |
충북에서는 수확기를 앞둔 과수농가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날 충북 영동군 영동읍 인근 2만5000여㎡의 농장에는 제대로 자라지 못해 떨어진 복숭아들이 썩어가고 있었다. 주인 김모(65)씨는 매년 7월부터 두 달간 4.5㎏들이 복숭아 1만 상자를 출하했지만 올해는 절반 이하로 줄 것으로 봤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 저수지는 저수율이 0%로 저수지의 기능을 할 수 없다. 고온과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충남 홍성군 상황리의 한 고추밭. 홍성=김정모 기자 |
사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두 달 전 충주와 제천에서 발생해 사과밭 29㏊를 휩쓴 화상병은 폭염 속에 소멸했지만, 일소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까지 충북 시·군에 접수된 농작물 피해면적은 372.6㏊다. 이 중 햇볕에 데거나 알이 갈라지고 낙과하는 등 과일 피해는 167.9㏊에 달한다.
국내 당근 최대 주산지인 제주 동부지역의 당근밭도 가뭄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당근밭은 물이 잘 빠지는 화산토여서 다른 지역보다 가뭄에 취약하다. 제주도 당근 재배면적은 1440㏊다. 농민들은 타 작물 전환까지 고민 중이다. 부준배 제주시 구좌읍장은 “현재 당근 재배면적의 약 90% 이상이 파종됐지만 이 중 70% 이상 발아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가축방역차량, 액비운반차량, 소방차, 활어운송차량 등 매일 20여대의 차량을 동원해 평균 350t 이상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주·영동·홍성·제주=한현묵·김을지·김정모·임성준 기자 hansh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