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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 …포도알 말라비틀어져

입력 : 2018-08-14 18:56:16 수정 : 2018-08-14 18: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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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농작물 피해 현장 가보니/나주호 저수율 평년 3분의 1/용수 공급 줄이고 단수 확대/복숭아 썩고 사과 낙과 속출/수확 앞둔 과수농가도 시름
전남 나주호 상류의 바닥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다. 나주호가 축조되기 전 마을을 이어주던 다리도 모습을 드러냈다. 올봄까지 물에 잠겨 있던 나주호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비교적 수심이 깊은 나주호 중심부에 가야 그나마 물을 볼 수 있다.

14일 국내 최대 농업용 저수지(유효저수량 1억654만4000t)인 나주호의 저수량은 2358만5000t으로 저수율은 22.1%에 불과하다. 평년 61%의 3분의 1수준으로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나주호는 나주시와 인근 영암군 등 9개면 농경지 9054㏊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줄이다. 농업용수가 필요한 벼 이삭이 나오는 시기가 다가오자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나주호 농업용수로 농사를 짓는 이모(78)씨는 “한 해 농사에서 수확을 앞둔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때 물을 받지 못하면 열매가 자라지 않아 농사를 망친다”고 토로했다.

목 타는 대지 13일 오후 전남 나주시 왕곡면 신포저수지가 가뭄에 말라 거북등처럼 갈라진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나주=연합뉴스
농어촌공사 나주호관리사무소는 ‘마른 수건을 짜는’ 용수 절약 운동을 펴고 있다. 지난 9일 하루 공급량을 77만t에서 51만t으로 줄인 데 이어 ‘7일 공급 5일 단수’에서 ‘7일 공급 7일 단수’로 전환했다.

충북에서는 수확기를 앞둔 과수농가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날 충북 영동군 영동읍 인근 2만5000여㎡의 농장에는 제대로 자라지 못해 떨어진 복숭아들이 썩어가고 있었다. 주인 김모(65)씨는 매년 7월부터 두 달간 4.5㎏들이 복숭아 1만 상자를 출하했지만 올해는 절반 이하로 줄 것으로 봤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 저수지는 저수율이 0%로 저수지의 기능을 할 수 없다. 고온과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충남 홍성군 상황리의 한 고추밭. 홍성=김정모 기자
노지 출하가 시작된 캠벨리 포도 농가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1만㎡의 포도농사를 짓는 윤모(68·옥천군 옥천읍)씨는 “햇볕이 너무 강해 포도잎이 돌돌 말리면서 누렇게 타들어가고 심지어 포도알까지 화상을 입어 말라비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두 달 전 충주와 제천에서 발생해 사과밭 29㏊를 휩쓴 화상병은 폭염 속에 소멸했지만, 일소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까지 충북 시·군에 접수된 농작물 피해면적은 372.6㏊다. 이 중 햇볕에 데거나 알이 갈라지고 낙과하는 등 과일 피해는 167.9㏊에 달한다.

충남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홍성군 서부면 들판에서는 양수기 돌아가는 소리가 멈춘 지 오래다. 양수기가 논과 밭에 끌어올릴 저수지의 물이 없어서다. 수확기에 물을 공급받지 못한 논밭은 갈라지고 농작물의 이파리는 타들어 갔다. 일부 농부들은 경운기로 가정에서 수돗물까지 퍼 나르지만 쩍쩍 갈리진 논밭에 물을 대기는 역부족이다.

국내 당근 최대 주산지인 제주 동부지역의 당근밭도 가뭄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당근밭은 물이 잘 빠지는 화산토여서 다른 지역보다 가뭄에 취약하다. 제주도 당근 재배면적은 1440㏊다. 농민들은 타 작물 전환까지 고민 중이다. 부준배 제주시 구좌읍장은 “현재 당근 재배면적의 약 90% 이상이 파종됐지만 이 중 70% 이상 발아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가축방역차량, 액비운반차량, 소방차, 활어운송차량 등 매일 20여대의 차량을 동원해 평균 350t 이상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주·영동·홍성·제주=한현묵·김을지·김정모·임성준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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