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전직하하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환전소 앞에서 한 남성이 환율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스탄불=AFP연합뉴스 |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0.5%,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1.1% 떨어졌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신흥국 통화도 모두 약세였다. 아시아에서도 인도 루피화 가치가 1.6% 떨어지는 등 주요 통화가 약세였고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글로벌 신흥시장이 비틀거림에 따라 JP모건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13일 61.30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터키 정부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시중 은행의 리라 채무 지급준비율을 250bp(2.5%포인트) 인하하는 긴급 처방을 내놨지만 리라화 급락을 제어하는 데는 실패했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리라화 환율은 전날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7.24리라를 찍은 이후 한국시간으로 14일 6.95리라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터키발 쇼크의 영향으로 전날 아르헨티나 증시의 메르발지수는 3.46% 하락했고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 모두 약세였다. 케이티 닉슨 노던트러스트 웰스매니지먼트 투자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터키에서 일어나는 일이 터키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 쇼크가 다른 신흥시장 전반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작다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 백악관은 터키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악관 케빈 하셋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전날 MSNBC에 ‘터키 리스크’와 관련해 “우리는 매우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셋 위원장은 “터키 통화가치가 40% 급락한 것은 터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이후 터키 경제 불안이 증폭됐음에도 근본 원인이 터키의 경제 체력에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세르다르 킬리치 주미 터키대사가 13일 백악관에서 양국 갈등의 도화선이 된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신병 문제를 논의했으나 별다는 진전은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이 킬리치 대사에게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기 전까지는 터키 정부와 협상할 뜻이 없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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