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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속의 엘도라도 황금문명을 만나다

입력 : 2018-08-15 10:00:00 수정 : 2018-08-14 21: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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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10월까지 특별전/유럽인들이 찾아 헤매던 황금도시/ 1969년 황금뗏목 발견, 실체 드러나/ 무이스카족, 호수 한가운데로 나가/
황금으로 만든 봉헌물 신에게 바쳐/ “신과 소통하고 영적인 변화 기원”/ ‘새인간 장식’ ‘가면 든 퉁호’등 선봬
전설이 있었다. “안데스산맥 저 너머에 황금을 온몸에 바른 사람과 황금으로 만든 도시가 있다.” 16세기 남아메리카를 침략한 스페인인들은 전설에 광분했다. 황금에 눈이 멀어 ‘엘도라도’(El Dorado)를 향해 끝임없이 달려들었다. 잉카, 아즈텍을 멸망시킨 그들은 힘이 있었고, 황금을 찾기 위해서라면 살육과 약탈, 파괴를 주저하지 않았다. 황금은 유럽의 이방인들에게 탐욕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의 주인 콜롬비아 원주민들에게는 ‘영혼의 도구’였다. 신에 대한 숭배를 표현하고, 자연과 함께 영혼이 풍요로워지길 바랄 때 가장 귀한 황금을 썼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0월까지 특별전 ‘황금문명 엘도라도-신비한 보물을 찾아서’를 개최한다. 박물관 측은 “침략자들의 탐욕스러운 눈이 아니라, 원주민의 입장에서 자연에 대한 애정 어린 눈과 마음으로 황금을 바라보라”고 권한다.


코걸이를 착용한 퉁호 등 다양한 모습의 퉁호는 무이스카족의 족장이 의식을 치른 후 항아리에 넣어 동굴에 보관하거나 뗏목을 타고 호수 가운데로 나아가 물속에 던졌던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엘도라도의 전설, 끝내 채우지 못했던 욕망

전설은 절반의 사실을 담고 있었다. 전설의 당사자 ‘무이스카족’은 새 부족장이 즉위하면 온몸에 금가루를 바르고, 신성한 호수 ‘과타비타’의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뗏목에는 황금과 보석을 실었다. 호수의 신을 향한 기원을 마친 무이스카족은 배에 실은 제물을 호수에 바쳤다.

호수만 찾으면 금은보화를 거머질 거라는 유럽인들의 기대는 이야기를 부풀렸고, 도시 전체가 황금으로 되어 있다는 엘도라도의 전설이 생겨났다. 엘도라도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유럽인들은 원정대를 만들어 남아메리카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1536년 스페인 행정관 케사다는 500명의 군인를 이끌고 무이스카 마을을 찾았다. 주민을 고문해 호수를 찾았지만, 물 속에 잠긴 황금을 건질 방법은 없었다. 1580년 세풀베다가 황금찾기에 도전했다. 호수의 물을 빼는 작업까지 벌였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비슷한 시기 스페인의 국왕 카를로스 5세도 여러 번 원정대를 보냈지만 적응하기 힘든 기후와 굶주림으로 실패했다. 20세기 초까지 엘도라도 찾기는 실패를 거듭했으나 1969년 한 농부가 무이스카 주민들이 행하던 의식을 재현한 황금의 뗏목 모형을 발견하면서 엘도라도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큰 부리가 있는 새의 가면을 쓴 샤먼을 표현한 ‘새인간 장식’은 도마뱀, 새, 포유류를 합쳐 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의식을 통해 인간에서 새로운 동물로 변신하는 과정에 있음을 암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신과의 소통·영적인 변화의 매개, 황금

황금이 원주민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잘 보여주는 것이 ‘퉁호’다. 퉁호는 무이스카족이 신에게 바쳤던 매우 특별한 봉헌물이었다. 사제, 무사, 새 기둥, 무기 등 권력과 호위를 상징하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족장 즉위식이 끝나고 토기 항아리에 담아 동굴 속에 안치하거나, 호수 가운데 나아가 물속에 쏟아부었다.

전시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퉁호가 출품됐다. ‘적의 머리를 든 퉁호’는 왼손에 승리를 상징하는 적의 머리를 쥐고 있다. ‘가면을 든 퉁호’는 가면을 씀으로써 다른 존재로 변신해 우주를 여행하고, 영혼과 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수염을 기르지 않았던 무이스카족은 재규어의 수염을 본떠 ‘수염이 있는 퉁호’를 제작했다. 재규어의 강력한 힘을 자신이 갖기를 기원했던 것이다.

황금 유물 중에는 ‘영적 변화’를 표시한 것들도 적지 않다. 원주민들은 겉모습을 바꾸면 영혼을 달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원하는 영혼을 가지려면 그것의 모습으로 겉모습을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황금 장신구를 활용했던 것이다. 샤머니즘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히는 ‘새인간 장식’은 새의 가면을 쓰고 있는 샤먼을 표현했다. 하반신은 도마뱀, 새, 포유류를 합쳐 놓았다. 의식을 통해 인간에서 새로운 동물로 변신하는 과정에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박쥐인간 장식’은 족장이나 샤먼이 영적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변신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은 “이런 장신구를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영혼이 우주를 비행하는 힘이 생기고, 박쥐처럼 어둠에서도 볼 수 있는 능력과 민첩성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고 소개했다. 바닷가재와 게를 땅과 물의 중개자로 숭배했던 믿음을 반영해 ‘바닷가재인간 장식’을 만들기도 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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