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 충격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전 거래일보다 각각 1.50%, 3.72% 폭락한 13일 오후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1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지난 10일 미국의 제재 발표 직후 14% 떨어진 가운데 지난 주말 10% 추가 하락했다. 원화 대비 환율은 지난해 9월11일 333.42원을 기록한 이후 약 11개월 만인 13일 최저가 기준 168.49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도 최근 1년 사이 40% 이상 하락했다. 터키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지난 10일 기준 10년 만기 터키 국채 수익률은 22.1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이 오른다는 것은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신흥국 위기설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올해 들어 36% 하락했고,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15% 떨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가 12%, 중국 위안화 가치는 5%가량 하락했다. 지난 10일 나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0.7% 하락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대만 등의 경제가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금융위기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경기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수출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1.1%, 수입은 0.2%로 크지 않지만 터키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의 공장 등은 부품 수급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효진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터키의 높은 대외부채 비율과 이 자금이 유럽 은행으로부터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유럽 은행 주식과 유로화 약세가 예상된다”며 “터키의 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할지를 잘 지켜봐야 한다. 당분간 주가 약세 흐름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서 신흥국들이 부채를 크게 늘렸는데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려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한 상황이라 외부 충격이 더 크게 전해진다.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병욱·김라윤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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