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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연일 폭락…신흥시장 위기로 번질까?

입력 : 2018-08-13 13:19:58 수정 : 2018-08-13 13: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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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가 미국과의 외교 관계 악화로 브레이크 없는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무역 전쟁 등 세계 경제에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리라화 폭락 사태가 신흥국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라화 가치는 지난 10일 미국과 터키의 외교 갈등에 따른 제재 우려로 약 14% 하락한데 이어 주말 동안 10% 가량 추가 하락했다. 13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고치인 7.2362 리라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은 통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40% 이상 하락했다. 블룸버그가 추적한 전 세계 통화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터키의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10년 만기 터키 국채 수익률은 22.1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터키 5년 만기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75bp(1bp=0.01%포인트)나 급등해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인 453bp까지 치솟았다. 이는 터키 국채 1000만 달러를 보증하는데 45만3000 달러가 든다는 뜻이다.

터키의 통화 불안으로 달러를 제외한 선진국과 신흥국 통화의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13일 오전 아시아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0.4%와 1.6%씩 하락했다. 멕시코 페소와 남아프리카 랜드 등 신흥국 통화도 1% 안팎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주말 동안 미국의 '경제 공격'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2일 흑해 연안 트라브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번 환율 급락에는 경제적인 원인은 없다. 터키와 터키 국민을 굴복시키려는 (미국의) 음모일 뿐"이라며 터키와 미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대신할 대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불안 요인이다. 터키 중앙은행이 15%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 최근 통화 가치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느슨한 재정·통화 정책이 유지되는 이상 터키의 문제는 계속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리라화 폭락 사태가 취약한 신흥국 경제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기를 맞아 자국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면서 통화 급락 사태를 겪고 있는 신흥국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올해 들어 36% 가량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15%,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12%, 중국 위안화는 5% 가량 떨어졌다. 지난 10일 MSCI 신흥시장지수는 0.7% 하락해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터키발 위기가 다른 신흥국들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터키 시장이 MSCI 신흥시장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고 다른 신흥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터키 경제가 다른 신흥국들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토르스텐 슬록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터키는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더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터키의 경우 외화 표시 부채 비율이 70%에 달해 신흥국들 중 가장 높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매우 커 다른 나라보다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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