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경기지수의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있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엊그제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생산·투자 조정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9개월 연속 ‘경기 회복세’라는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경제 현장에선 “상황이 너무 안 좋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데도 기재부는 아직 경기둔화 판단을 꺼리고 있다.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불화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둘러싼 견해차 탓이다. 불화의 불똥이 튀어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앞두고 ‘투자 구걸’ 논란에 휩싸였고, 장 실장이 활동한 참여연대 출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청와대·정부 갈등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면서 정책 혼선을 빚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득주도성장이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판가름났으니 김 부총리와 혁신성장에 힘을 실어줄 때가 됐다.
현재 우리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경제성장을 외롭게 떠받치는 수출은 반도체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고 대외 불확실성도 커 불안감을 키우는 실정이다. 생산·투자·소비는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러한 현실과 어긋난 진단은 경제 곳곳의 경고음에 둔감하게 만든다. 자칫 정책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 진단이 틀리면 엉뚱한 해법이 나와 취약한 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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