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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피가 알리는 중동 내전 참상…또 '반짝관심'으로 끝나나

입력 : 2018-08-11 19:37:03 수정 : 2018-08-11 19: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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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통학버스 폭격 참사에 전 세계 경악…책임 놓고 공방 격화
난민 아일란· 알레포 옴란 사진, 반향컸지만 시리아 내전종식 '요원'
9일(현지시간) 예멘 북부 사다 주(州)의 한 시장에서 벌어진 참사가 전 세계에 전파됐다.

열 살 남짓의 예멘 어린이들이 탄 통학버스가 폭격당해 50여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는 소식이었다. 현지 언론들과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사상자 대부분이 어린이였다.

잿더미가 된 버스에서 실려 나오는 어린이 시신의 처참한 사진과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인명피해 규모 자체가 컸던데다 피해 당사자가 내전과는 직접 관계없는 어린이라는 사실에 충격파가 컸고 안타까움, 동정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증폭됐다.

3년 반째 접어든 예멘 내전에 국제사회와 언론의 관심이 새삼 집중됐다.

공격의 당사자로 지목된 사우디군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반응했다. 그 버스는 예멘 반군을 수송하고 있었고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삼았다면서 적법한 군사작전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피범벅 된 어린이들의 사진 앞에선 이런 반론은 설득력이 없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이 앞다퉈 사우디의 무분별한 폭격을 규탄하고 내전 당사자에게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비슷한 장면은 3년 전에도 있었다.

2015년 9월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터키 남부 해변에서 발견됐다.

내전을 피해 고향 시리아를 떠나 터키에 도착한 그의 가족은 터키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유럽을 향하는 난민선에 몸을 실었다.

난민선은 에게 해에서 좌초됐고, 바다에 빠져 아버지의 손을 놓친 아일란은 익사하고 말았다.

시신은 해류에 떠밀려 터키 남부 휴양지 보드룸 해변 백사장에서 발견됐다. 차가운 바닷물과 유난히 대조되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작은 아일란이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모래 위에 얼굴을 박고 엎어져 있는 시신 사진에 전 세계는 비통해했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낳은 비극에 국제사회가 '모처럼' 인도주의적 관심을 쏟았다. 내전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일린 사건이 일어나고 2년 뒤인 2017년 7월 시리아 알레포에서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합동 공습작전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아래에서 다섯 살 난 소년 옴란 다크니시가 구조됐다.

목숨은 간신히 건졌지만, 흙먼지와 피가 뒤섞인 채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은 그의 사진은 또 한 번 전 세계에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알렸다.

'제2의 아일란'으로 불리면서 시리아 내전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동의 전장 속에서 희생되는 어린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은 SNS와 결합하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파돼 공분을 일으킨다.

언론도 특히 시리아, 예멘에서 어른들의 전쟁으로 희생되는 이런 어린이에 주목하면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이런 국제적 여론의 흐름은 중동에서 일어나는 폭력사태의 비극을 부각할 뿐 주목도에 비해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반짝 관심'에 그치곤 했다.

중동의 전쟁 속에서 어린이들이 겪는 비참함에 대한 동정과 우려와 같은 감정은 순식간에 뜨거워지지만 빠르게 식는다.

시리아 소년 옴란이 피가 엉겨 붙은 얼굴로 시리아 국민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자 공습 당사자 러시아는 인도적 구호를 명분으로 48시간 동안 알레포 공습을 중단했을 뿐이다.

옴란의 동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200만 회라는 기록을 남기고 곧 잊혔다.

아일란의 죽음의 반향은 비교적 컸다.

유럽에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동정론이 힘을 얻으면서 반난민 성향의 보수 정치세력을 압박했고, 유럽을 비롯해 이스라엘, 캐나다, 남미에서까지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앞다퉈 나왔다.

그러나 아일란 사건 이후 전개된 상황은 권선징악의 동화가 아니었다.

당시 시리아 난민에 제한없이 문을 연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런 난민 정책이 난타당하면서 정권의 존립에 오히려 독이 됐다.

러시아는 아일란 죽음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명분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도주의적 목적이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아일란과 옴란의 충격파에도 시리아 내전은 더 격렬해졌고 평화협상은 진척이 없다.

중동발 난민에 대한 적대적 시선은 이슬람 혐오와 섞여 더 강화하는 추세로 보인다.

과거의 사례를 되짚어보면 9일 벌어진 예멘 어린이들의 폭사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 잊혀질 공산이 크다.

국제사회는 공분하지만 전쟁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공방이 한동안 벌어진 뒤 무고한 민간인을 폭력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성명으로 끝맺게 되는 수순이 우려된다.

공습 직후 이란은 공습한 사우디를 강하게 비난했고, 사우디는 공습의 발단으로 예멘 반군을 지지하는 이란을 겨냥했다.

그러는 사이 중동 어린이의 희생은 아무런 교훈없이 잊혀져가고 있으며, 반복하는 중동의 유혈사태는 인도주의적 합의가 아닌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상수로 굳어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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