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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정치는 시민 지배가 아닌 섬기는 것”

입력 : 2018-08-11 03:00:00 수정 : 2018-08-10 19: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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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소크라테스 죽음 보며 이상적 정치 연구 / 정치철학의 대표작 ‘국가’·‘정치가’ 등 저술 / 70대 중반 원숙한 경지서 거작 ‘법률’ 집대성 / ‘국가’ 편에서 이상적 국가의 밑그림 그리고 / ‘법률’ 편에선 어떻게 실행 할지 철사진 제시 / 공공 개념·정치 역할 등 오늘날까지 유효 / 국내 전문가들 18년 작업 끝에 완역 '결실'
플라톤 지음/김남두, 강철웅, 김인곤, 김주일, 이기백, 이창우 옮김/나남출판/2만4000∼2만6000원)
플라톤의 법률 1, 2 전 2권/플라톤 지음/김남두, 강철웅, 김인곤, 김주일, 이기백, 이창우 옮김/나남출판/2만4000∼2만6000원)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2400여년 전 고대 그리스의 현인 플라톤(BC 428~347)의 말이다. 그는 아테네 최고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테네 마지막 왕 코드로스의 자손 아리스톤이며, 어머니는 아테네 법을 제정한 솔론 집안의 자손 페릭티오네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정치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아테네 정치인들의 타락상에 실망한 그는 철학자로 길을 바꾼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지혜로우며 가장 정의로운 사람’이 불경죄로 처형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본 플라톤.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혹세무민했다는 이유로 아테네 배심원 500명 앞에서 인민재판을 받고 처형된다.

플라톤은 이런 무기력한 상태를 ‘아포리아(aporia)’로 표현한다. ‘아포리아’란 희망이 없는 상태. 플라톤은 당시 권력자들을 범부들 또는 아포리아에 갇힌 자들이라고 비판한다.

“범부들뿐만 아니라 소위 지도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조차, 자신이 어두운 이기심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자기 혁명을 주장하지만 말뿐이다. 모든 잘못을 외부에 돌리고 외부를 혁명하겠다는 공허한 말만 떠들어댄다. 전형적인 졸장부들이다.”

플라톤이 지적한 졸장부들은 해상무역으로 돈과 권력을 거머쥔 ‘30인위원회’였다. 이들은 돈의 힘으로 권력을 장악한 과두제(寡頭制)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정권을 장악한 13개월 동안 아테네 인구의 5%를 살해하고 페리클레스의 민주주의를 말살했다.

플라톤은 아테네의 암울한 정치 현실을 타파하고자 연구에 몰두한다. 이상적인 국가 형성을 위해 철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전념했다. 그는 피타고라스 사상의 본산지인 시칠리아섬을 방문했다. 그는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크로론에 설립한 공동체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 그는 “동일한 진리를 추구하는 사상가들이 함께 지내는 공동체”, 즉 아카데미를 아테네에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는 오늘날 대학의 기원이다.
2400여년 전 생존했던 정치철학자 플라톤이 개척한 국가론이나 법률론은 때로 관념적 정치철학으로 비판받곤 하지만, 서양 정치철학의 원조로서 지금도 유효하다.

그가 개척한 정치철학은 서양 정치철학의 전범이 되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적인 사변의 세계일 뿐이라는 비판론도 드셌지만, 그의 거대한 영향력에는 못 미쳤다.

그의 정치철학 핵심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국가’, ‘정치가’, ‘법률’을 꼽는다. 국가가 50대 플라톤의 야심 찬 열정이 담긴 거작이라면, 법률편은 70대 중반 철학자로서 원숙한 경지에 올라 저술한 거작이다. 전문가들은 “아테네의 정치적 현실을 구하고자 고심하며 보낸 오랜 세월의 결과물이자 플라톤 정치철학의 진면목을 보여준다”고 했다. 플라톤이 노년을 바쳐 집대성한 저서 법률편은 법을 토대로 국가 체계를 세우는, 서양세계에서의 첫 작업으로 평가된다.

이 두 권은 플라톤의 법률편을 완역한 것이다. 번역작업에만 18년여 시간이 걸렸다. 국내 전문가들은 옥스퍼드대학이 소장한 고전 텍스트(OCT)를 기본으로 하여 플라톤 ‘법률’의 여러 판본을 활용했다.

국가편이 정치사상 등 철학의 다양한 분야를 바탕으로 이상국가의 밑그림을 제공했다면, 법률편은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에 대한 처방을 제시한다. 법률편은 일종의 실행 계획서이다. 국가편보다는 법률편이 서양 정치철학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많다.

법률편에서 플라톤은 일단 토지가 시민들에게 동등하게 배분되는 방안을 제시한다. 동시에 시민들이 지나치게 부유하거나 빈곤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여러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 건강한 사회는 정의로운 경제적 토대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플라톤 신념의 출발이다.

플라톤의 공공 개념은 현대에서도 유효하다. 농업을 기본 생산 수단으로 삼는 아테네에서 농촌감독관은 매우 중요했다. 플라톤은 감독관을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라고 했다. 잘 다스리는 것보다 잘 섬기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관 자신이 남을 섬기는 하인이므로 자신을 위해서 하인을 둘 수 없다.

농촌 감독관은 지금으로 치면 정치인이자 정부 관리들이다. 정치란 정치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인 피치자의 복리를 증진하고 그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그것을 자신이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 자를 위해서 생산하는 것이다. 정치적 활동은 시민에 대한 지배가 아니라 정치공동체라는 산물을 산출하는 봉사행위다. 이런 까닭에 정부 관리는 선물을 받지 않고 봉사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사익을 추구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굳이 플라톤 정치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의 기본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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