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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구글의 中시장 재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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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8 21:30:43 수정 : 2018-08-08 2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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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검색 앱 준비… 소통 단절된 中, 창의력 키워질까 중국 내 한국 프로그램 베끼기가 점입가경이다. ‘아빠 어디가’ ‘효리네 민박’ ‘쇼미더머니’ ‘윤식당’에 이르기까지 인기 프로그램이라면 어김없이 중국식 간판을 단 ‘짝퉁’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관련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그 정도가 심해졌다고 한다. 정식 계약은 고사하고 직접적인 협상 통로 자체가 막힌 탓에 대놓고 짝퉁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왜 ‘짝퉁’ 한국 프로그램이 판을 치느냐”고 업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중국 법과 제도, 방송 환경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렇지만 공통된 답변 중 하나는 바로 중국 프로그램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창의적 사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중국 프로그램의 제작상 지식이나 노하우, 기술·장비 등은 외국 선진 방송사와의 많은 합작 경험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한다. 다만, 프로그램의 성공을 좌우할 ‘신의 한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가 해외에서 식당을 여는 ‘윤식당’이라든가, 제주도에서 민박집을 하는 ‘효리네 민박’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콘셉트다. 그러나 이 ‘신의 한 수’를 생각해내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창의력의 문제인 셈이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전 그리스 고전이 현대인에게도 공감을 주는 것은 인간의 감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하늘과 우주를 비행하고 바다 밑을 갈 수는 있지만,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에 대한 인간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불변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창의적인 통찰력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현대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다. 창의력은 개방적인 사회,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에게 장착된다. 소포클레스가 스파르타가 아닌 아테네에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구글이 중국시장 재진출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10년 중국 공산당 검열에 항의하며 철수했던 터라 여러모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구글은 중국 정부가 금지 조치한 웹사이트와 검색 결과를 차단할 수 있는 검색엔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중국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여 씁쓸하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인터넷 자유의 암흑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은 심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제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3000개가 넘는 웹사이트의 라이선스를 중단하거나 차단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과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의 글은 검색되지 않는다. 검색 금지 웹사이트와 금지 단어 등도 볼 수 없다.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통하지 않으면 세계와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요즘은 단속이 더욱 심해져 VPN 사용도 힘들어지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국민 사이에 ‘인터넷 검열’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베이징대학이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젊은이들은 인터넷 검열에 무관심하거나 당국의 조치를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들에게 검열 우회 도구를 제공했지만 절반의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라고 했고, 소통은 창의력의 중요한 원천이다. 세계와 격리된 채 다른 인터넷 공간에 사는 중국인은 우리와는 다른 창의적인 사고가 만들어질까. 중국의 한국 프로그램 베끼기를 보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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