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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밑줄 긋는 여자] (5) ‘실수’라는 이름으로 퉁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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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4 13:00:00 수정 : 2019-03-12 17: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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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라이프‘.

 

겉모습은 의학 드라마지만 절대 거기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사건의 빠른 전개와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들,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의학계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숨가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들을수록 뼈에 박히고, 마음에 사무치는, 대사들이 안볼 수 없게 한다. 

“이 집단은 절대 실수를 인정하지 않아.

없을 수가 없는데 없대.

절대로 없대.”

 

#드라마 ‘라이프’ 중에서

 

4회에 나온 대사에 밑줄을 그어본다.

적자가 계속 되는 대학병원을 한 기업이 인수한다. 이어 적자 순위에 따라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실시된다. 의사들은 ‘파업’으로 맞서 싸웠지만 전문 경영인이 몰아치는 구조조정에 속수무책이다. 앞다투어 자신의 진료 기록을 지우기 바쁜 의사들, 눈치 빠른 구조조정팀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약품 투약 실수로 한 생명이 목숨을 잃은 사실이 발각되었지만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의사들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과로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버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실수’라는 이 단어도 이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내가 하면 ‘실수’고, 남이 하면 ‘잘못’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3살짜리 어린아이도 ‘실수’를 하고 나면 주위가 떠나갈 듯 울음을 터트린다. 마치 ‘내 잘못 아니야, 이건 실수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실수’라고 하면 작은 면죄부를 씌워준다. 화를 내다가도 ‘실수’라고 하면 ‘그래, 그럴 수도 있지’하며 갑자기 톤을 낮추는 경우도 많다. ‘잘못’에 비해 ‘실수’가 가진 무게감은 훨씬 작다. 그렇다고 ‘실수’가 잘한 일이 되진 않는다.

실수, 할 수 있다. 살다보면 한번쯤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하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면 그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중요한 일에 큰 ‘잘못’을 저질러놓고, ‘실수’라고 퉁치는 이들이 있다. ‘잘못’을 ‘실수’로 퉁치지 말자. 

인간의 이기적인 '실수'로 연일 이렇게 더운 게 아닌가 싶다. 

이윤영 방송작가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사진=tvN ‘라이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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