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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팁] 오이 빼도 될까요? 이렇게 말해도 이해해 주세요

입력 : 2018-08-03 17:04:30 수정 : 2018-08-03 1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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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NS에서 화제가 된 모임이 있다. 바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오싫모)'. 일명 '5278', '5218'로도 불리는 이 모임은 페이지 개설 당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팔로워 수를 늘렸다. 활동이 뜸해진 현재도 팔로워 수는 11만 명을 유지 중이다.

회원 대부분은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로 '편식'이나 '어린이 입맛'으로 보는 주변의 편견이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대부분에 오이가 들어 있어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호소하며 '오이를 피할 수 있는' 자신만의 다양한 노하우들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오싫모' 캡처
이 페이지에서 활동하는 한 회원은 "어릴 때에는 오이 냄새만 맡아도 심하게 헛구역질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깻잎, 고수, 굴, 망고도 향이 강해 먹기 힘들지만 최고는 오이다"면서 "식당에서 오이 빼달라고 했는데 오이만 쏙 뺀 자리에는 이미 오이향이 전염되어 있어 어차피 못 먹는다.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회원은 "어릴 적에는 오이를 먹지 않으면 그만이었는데...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들에게 오이 반찬을 못 해주는 게 미안하네요...오이 못 먹는 엄마라서 미안해"라는 글을 남겼다.

특정 음식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많지만 오이는 한국인들이 즐겨먹으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실제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갑각류나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보다 '유별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편견'이라고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많다. 

오이가 가진 강한 향 때문?

90% 이상이 수분으로 채워진 오이는 체내 수분공급은 물론 비타민과 칼륨 함량이 높아 더운 여름철에 즐겨먹기 좋은 식품이다. 오이 꼭지 부분에 있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은 암 세포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고, 간염 예방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몸에 효자같은 ‘쿠쿠르비타신’이 가진 맛 때문에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독특한 향 때문이다. 미국 유타대학교 유전과학센터는 연구를 통해 “오이의 쓴 맛을 내는 커커비타신과 향을 내는 노다디에놀, 노나디엔알이라는 성분 때문에 민감한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다”며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오이가 가진 특유의 '쓴 맛'에 과 ‘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향의 주범인 쿠쿠르비타신은 오이 뿐 아니라 멜론이나 수박, 참외 등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오이를 못 먹으면 멜론이나 참외도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취향'이 아니라 유전자 때문이다?

'바르다 김선생' 페이스북 페이지
유타대학교의 유전 과학센터에 연구팀은 ‘TAS2R38’라는 유전자를 예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입맛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TAS2R38’은 다시 쓴 맛에 민감한 PAV타입과 둔감한 AVI타입으로 나뉜다. PAV 타입의 사람은 AVI타입에 비해 쓴 맛에 대해 100에서 많게는 1000배정도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PAV 타입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이런 이유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뛰어난 미각'을 가졌다고 말한다.

해당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오이를 뺀' 제품들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해 한 프렌차이즈점이 오이를 뺀 김밥을 소개하는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한 데 이어, 편의점 샌드위치에도 오이를 뺀 제품이 출시된 바 있다. 방송에서는 '오이 없는 소박이' 레시피가 소개돼 인기를 끌었다. 이쯤 되면 오이를 못 먹는 사람에게 더 이상 '편식한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사진='바르다김선생' 페이스북 페이지, 클립아트코리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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