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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들어 절대선 칭송받는 ‘재미’에 대한 유쾌한 탐색

입력 : 2018-08-04 03:00:00 수정 : 2018-08-03 19: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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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리 지음/김잔디 옮김/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1만7000원
본격 재미 탐구/ 마이클 폴리 지음/김잔디 옮김/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1만7000원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재미가 있어야지….”

재미를 단순한 쾌락주의로 무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하는 편이 낫다. 현대에 들어 재미는 언제 어디서든 칭송받아야 할 절대선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국경을 초월한다.

재미는 현대인의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 잡았다. 권력을 좇는 정치인에게 유머감각은 필수 덕목이다. 재능 있는 가수나 배우도 재미가 없으면 별 소용없다. 수백년 뒤 후세 사가들이 현세에 이름을 붙인다면 ‘재미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북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마이클 폴리는 이 책에서 재미라는 현상을 다각도로 탐색한다.

재미에 회의적이거나 감수성이 약한 사람은 사회관계망에서 추방당하는 호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재미를 추구하는 현상을, 경박하고 자아도취적이며 방종한 문화적 타락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이는 주로 근대 계몽주의적 관점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부분적으로라도 이런 시각을 공유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도 원래 지적인 허세덩어리여서 저속하고 경박한 ‘재미’라는 속성을 싫어한다고 고백한다. 또한 금욕주의자여서 재미에 깃든 무책임한 쾌락주의를 싫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미에 대해 균형 있는 태도를 유지하고자 애쓴다.

재미는 개인적이라기보다 사회적이고 집단적이다. 재미는 고대나 중세, 혹은 원시시대 종교적 제의를 통해서 얻고 맛볼 수 있던 연대감이나 일체감, 영적인 안정감을 현대인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적 의미의 재미(fun)는 18세기 근대사회에서부터 형성되었다. 언어적으로는 속임수나 거짓말을 의미하는 옛 영어 단어 ‘Fon’에서 유래했다. 재미는 과시적인 속성이 강하다. 모두 주변인들에게 재미를 만끽하면서 살아가는 ‘재미 부자’로 보이고 싶어한다. 재미있어 보이는 겉모습이 실제로 재미를 느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저자는 “모두가 재미를 갈망하고 재미를 경험하는 사람은 구원을 받는다”면서 “모든 사람이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끝없이 투쟁하는 가운데 지위가 낮거나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재미를 추구하는 속물이 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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