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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무질서의 세계…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입력 : 2018-08-04 03:00:00 수정 : 2018-08-03 1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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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후 안보동맹 美 브레튼우즈 체제 / 이제 냉전 종식 30년… 존재의미 사라져 / 美, 동맹국에 시장 내주며 적자 감수 안해 / 中도약 가능하게 한 美 시장 접근도 차단 / 美 값싼 셰일로 중동 의존 줄고 에너지붐 / 산업 경쟁력부터 세계 정치지형까지 파장 /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선택의 순간 올 것 / 피해 줄이고 새로운 성장할 대안 고민해야
피터 자이한 지음/정훈·홍지수 옮김/김앤김북스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피터 자이한 지음/정훈·홍지수 옮김/김앤김북스


2012년 초순 미국 외교잡지 포린폴리시는 ‘미국 에너지붐(American Energy Boom)’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년 전엔 대테러전쟁, 10년 전엔 중국의 부상이 국제정치의 이슈였다면서 이처럼 예견한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하루 석유 수입량은 실제 200만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6년 전 1000만배럴 수입과 비교해 2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은 조만간 에너지 자급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셰일혁명으로 불리는 미국의 에너지붐은 세계 질서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미국은 중동의 석유를 수입하지 않고도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하지 않아도 된다. 값싼 셰일 덕분에 엄청난 산업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고 전기료가 싸지면 미국의 산업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우선 전 세계적인 인구 구조의 역전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고령화한다. 이는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원자재와 완제품 소비가 모두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들은 엄청난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인구 구조의 위기는 중국, 유럽,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닥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인구 구조와 숙련 근로자의 이민으로 사회 활력을 유지할 것이다. 이런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석유 수입 필요가 없는 미국은 점점 해외시장에 연연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최근 트럼프가 벌이는 무역전쟁은 브레튼우즈 체제의 해체와 관련이 깊다.

2차대전 종결 무렵 미국은 연합국 대표들을 미국의 브레튼우즈로 불러들여 전후 세계 질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진영 내 모든 국가들에게 미국 시장을 개방했다. 따라서 회원국들은 더 이상 시장과 자원을 놓고 전쟁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추축국 독일과 일본에게도 동일한 혜택이 주어졌다. 대립하던 국가들 모두가 경제 개발로 눈을 돌렸다.
저자 피터 자이한은 이 책에서 “미국의 세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전 세계인은 다시 뉴욕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은 록펠러센터에서 바라본 뉴욕의 밤모습이다.

애초 브레튼우즈 체제는 소련에 맞서는 안보동맹 체제가 그 본질이었다. 미국이 안보를 주도하는 대신 동맹국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준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미국은 엄청난 적자를 감수했다. 무역적자는 2017년 기준 무려 570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1970년 무렵 브레튼우즈 체제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미국 시장에 물건을 내다팔아 경제도약을 시작했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더 이상 시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중국은 패권 도전이 아니라 자국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 중국은 현재 GDP의 15%를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냉전은 이미 30년 전에 끝났고 브레튼우즈 체제는 이제 해체 시기에 도달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 중국은 석유, 원자재, 해외시장을 확보하는 데 큰 난관에 직면할 것이다. 세계 두 번째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더 이상 나약한 국가로 굴지 않고 아시아의 패권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상대적으로 미국은 자유로울 것이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셰일 에너지, 역동적인 인구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8.5%이고, 그나마도 3분의 1은 북미자유무역협정 국가들과의 교역이다. 특히 셰일혁명 이후 제조업이 대거 미국으로 귀환하고 있다. 갈수록 미국의 해외 의존도는 줄어들게 되어 있다. 

저자는 “지난 70년 동안 미국이 시장 접근과 안보를 보장했으나 앞으로는 기대를 접어야 한다”면서 “물자 자본시장을 둘러싸고 각국은 각축전을 벌일 것이며, 세계는 무질서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는 무질서에 빠져들지만 미국의 힘은 상대적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 한국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가로놓일 것인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어둡고 힘든 처지가 될 것이다. 이렇다 할 시장도, 자원도, 에너지도 없다. 중국 경제에 어려움이 닥치면 공급사슬에 묶여진 한국은 당연히 타격받을 것이다.

저자는 “한국에게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것은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 그룹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을 동반자 그룹에 포함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석유와 원자재, 상품의 수송로를 보호해 줘야 하고 시장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 한국에겐 미국이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게 할 어떤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을까.

저자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에너지, 인구통계학, 전문가이다. 미국의 유명 민간 정보기업인 ‘스트랫포Stratfor’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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