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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글만 보고 굴튀김 생각 간절해지는 문장 쓰고 싶다”

입력 : 2018-08-04 03:00:00 수정 : 2018-08-03 19: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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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홍은주 옮감/문학동네/1만4000원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홍은주 옮감/문학동네/1만4000원


무라카미 하루키(68·사진)는 전 세계 팬을 갖고 있는 스타 작가다. 그러나 그는 데뷔 당시부터 자국 문단에서는 늘 변방에 있었다. 십대 시절부터 그의 작품을 읽어온 오랜 팬이자 ‘아쿠타가와 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46)가 무라카미와 만났다. 두 사람은 2015∼2017년 네 차례의 길고도 심도 있는 인터뷰를 했다. 그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무라카미는 그간 내놓지 못한 속내를 은밀히 끄집어낸다.

“연애편지는 제법 잘 썼던 것 같아요. 설득력 있게…. 내가 쓴 소설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요. 글자만 보고도 굴튀김 생각이 간절해지는 문장을 쓰고 싶죠. 소설을 더 이상 못 쓰게 되면 아오야마 근처에 재즈클럽을 내고 싶어요.”

아이돌 가수 출신 가와카미는 소설 ‘젖과 알’로 2008년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 10대 시절부터 무라카미의 작품을 즐겨 읽으며 영향을 받아왔다. 때로는 동경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이 담긴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15년 이뤄졌다. 무라카미의 글쓰기 철학이 담긴 에세이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출간 직후였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히트작 ‘기사단장 죽이기’에 담긴 의미를 논했다. 전 세계에 작품이 번역 출판되는 데 대한 소감, 현실 문제에 대해 소설이 할 수 있는 역할, SNS 시대에 생각하는 이야기의 본질 등에 대해 속 깊은 대화가 오갔다.

무라카미의 말이다. “이 글을 읽었더니 굴튀김이 먹고 싶어 못 참겠더라. 이 글을 읽었더니 맥주 생각이 나서 견딜 수 없더라 하는 물리적인 반응이 생기는 게 저는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을 한층 갈고닦고 싶은 강한 욕심이 있죠. 어쨌거나 물리적인 욕구를 독자들의 마음속에 심고 싶어요. 그런 글을 좋아합니다.”

“일단 씁니다. 만약 친구가 와주지 않더라도 와줄 법한 환경을 만들어둬야죠. 아무도 안 오니까 오늘은 실컷 낮잠이나 자볼까, 이러지는 않아요. 전 소설에 대해서는 근면한 편이라서요.”

가와카미의 독백이다. “십대 중반부터 꾸준히 읽어온 작품의 작가에게 지금의 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을 마음껏 물어보면 된다. 무라카미씨의 우물을 위에서 엿보며 이리저리 상상하는 대신 직접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무라카미씨와 함께….”

가와카미는 최근 한국에도 다녀갔다. 지난 5월 옥천에서 열린 정지용국제문학포럼에서는 문학작품 속 페미니즘적 관점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맡기도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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