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생활의 매력 중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일출과 일몰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저녁 요트를 타고 나가 맞은 일몰이 눈부시게 환한 세상이 어둠으로 빨려들어가는 장관이었다면, 크루즈에서 맞는 일출은 어둠이 거치며 다시 환한 세상이 드러나는 장관을 연출한다. 아직 어스름한 새벽 커피 한 잔을 들고 발코니에 나선다. 바다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초록 봉우리들은 아직 짙은 녹음 속에 묻혀 있다. 바다 위 떠 있는 크루즈는 첨탑을 마주하고 긴 밤의 안부를 묻는 듯하다. 어스름한 여명이 밝아오면서 바다와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간다. 바다를 바라보며 큰 숨을 한번 내쉴 때마다 환해지는 빛은 어느새 눈부신 햇살로 변해 온 섬과 바다를 세상에 고스란히 드러낸다. 초록의 산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자신의 색을 찾아가면서 하늘 전체로 푸른 빛이 빠르게 번져간다.
모레아섬 바다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초록 봉우리들이 짙은 녹음 속에 묻혀 있다. |
이틀을 정박하는 보라보라섬과 모레아섬에서는 크루즈가 아니라 섬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보라보라섬보다는 모레아섬에서 꽤 많은 승객이 머문다.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유명 리조트들이 산재해 있다. 섬의 방갈로에서 보내는 저녁과 아침의 매력을 크루즈 여행 중간에 맛보는 셈이다.
셔틀보트를 타고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호텔 요트를 타고 다시 이동한다. 호텔 숙박객만 누릴 수 있는 부대시설 혜택을 크루즈 승객들을 위해 한나절 제공한다. |
시원한 환영 음료수를 건네받아 마셔보니 한결 체온이 내려간다. 에어컨이 나오는 호텔 내에서 쉴 수도 있지만 곧장 바다로 향했다. 해안가에 자리 잡은 그늘집 아래 짐을 풀고 햇빛 차단제를 바른다. 로션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익어가는 살결을 생각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해변을 따라 수상 방갈로들이 줄지어 있고 투숙객들은 발코니에서 또는 방갈로 앞 해안가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
풀장 옆에 차려진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으니 바다 새들이 모여든다. |
점심식사 후 소화를 시킬 겸 모레아섬의 명물 가오리를 보기 위해 나섰다. 가슴 정도 높이의 얕은 바다에 가오리들과 원주민들이 어우러져 있다. 커다란 가오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 듯 무척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람 곁에 거리낌 없이 다가와 유순한 몸짓으로 헤엄친다. 가오리 사이로 작은 상어들도 보인다. 최대 몸길이 140㎝까지 성장하는 작은 상어는 마치 가오리들의 친척인 양 서로 어우러져 헤엄친다. 활짝 편 몸이 사람 키만 한 가오리들은 애완동물처럼 먹이를 주는 사람 주위를 맴돈다. 이리저리 사람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간신히 가오리를 한번 만져볼 뿐 쉽게 가까이 가지 못했지만 가오리와 상어, 작은 물고기들이 뒤섞여 유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평화롭기 그지없다.
크루즈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듯 맛깔스럽게 차려진 음식보다는 자꾸 밤바다로 눈이 간다. |
크루즈 마지막 만찬. 저녁바다를 비추는 불빛을 받으며 갑판 위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한다. |
크루즈 강당에서의 이별파티. 선장을 비롯한 전 스태프의 인사로 시작해 원주민들의 공연으로 이어진다. |
모레아섬을 떠난 크루즈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수도 타히티섬의 파페에테에 도착했다. 어둑해지는 밤바다 사이로 크루즈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간다. |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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