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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간 무인도에서 알몸으로 살던 '자연인'…결국 속세로?

입력 : 2018-08-01 17:07:40 수정 : 2018-08-01 17: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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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거부하고 무인도에서 알몸으로 살아오던 일본의 ‘자연인’이 끝내 속세로 돌아왔다. 

영국의 텔레그래프와 스페인의 엘 파이스 등 외신들은 지난 달 일제히 ‘벌거벗은 은둔자’로 불리는 한 일본인의 거취를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오키나와의 외딴 섬에서 30년 가까이 고립된 채 살아온 82세 노인 마사후미 나가사키는 문명사회로 복귀했다. 


나가사키가 소토바나리 섬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89년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했던 그는 은퇴 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무인도에 터를 잡았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섬에서 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생활했다. 그가 옷을 입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가족들이 통장에 부쳐주는 120달러를 찾으러 뭍으로 나가는 날 뿐이다. 그는 그 돈으로 물과 떡을 사와 끼니를 해결했다. 

그의 특별한 ‘인생 2막’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14년, 스페인의 탐험가 알베로 세레소가 그의 섬을 찾아오면서부터다. 생존 전문가이자 여행사업가인 세레소는 소토바나리 섬을 방문해 나가사키와 함께 일주일을 보내며 영상으로 기록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그의 독특한 생활 방식은 이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돼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특히 텔레그레프가 그에게 붙인 ‘벌거벗은 은둔자’라는 별명은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나가사키가 섬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알몸이었던 것은 아니다. 섬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찾아온 태풍이 그의 옷가지를 날려버렸고 그때 그는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다. 이 고독한 섬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연은 싸워 이겨낼 존재가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임을 깨달은 것이다. 

20년이 넘게 무인도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나는 자연을 따른다. 누구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자연의 섭리에 순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강한 바람과 태양 때문에 오래 살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곧 행복해졌다”고 밝혔다. 



섬에서 그의 삶은 행복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 가장 슬펐던 일은 죽은 새를 본 일이 전부다. 그는 이 낙원이 자신의 무덤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사람이 자신의 죽을 곳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는 여기서 조용히 죽는 것이 소원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나가사키의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세레소의 영상과 각종 외신의 보도가 화제가 된 뒤, 일본 내에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세레소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섬의 이름과 위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의 한 방송사가 결국 나가사키를 찾아내고 말았다. 

이후 방송을 통해 나가사키를 알게 된 많은 일본인들은 그의 건강 상태를 염려했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가 섬 주인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으며 세금을 체납했다는 등의 문제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지난 6월 텔레그래프 등은 나가사키가 섬에서 퇴거 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의 건강이 위태로운 수준이라고 판단한 일본 당국이 나가사키를 시내의 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것이다. 이후 다수의 일본 블로거들은 그의 귀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의 글을 내놓고 있다. 그의 퇴거가 건강 문제가 아닌 대만 국적의 섬 소유주의 요청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이도 있다. 그는 나가사키가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또 다른 섬’을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벌거벗은 은둔자’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이아란 기자 aranciata@segye.com
사진 = telegraph, el p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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