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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워라밸' 시대…'주72시간' 택배기사는 고용보험도 안 된다

입력 : 2018-07-31 21:06:24 수정 : 2018-07-31 22: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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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근로실태 설문결과/택배 등 운송업자 주60시간 일쑤/40시간 근무 보험설계사·대리기사/상당수 겸업… 장기 근로 시달려/
국민연금 47%·산재 68% 미가입/정부, 2019년 고용보험 의무화 추진/이직·자발적 실업 빈번… 회의론도
근로자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 실현을 목표로 정부가 지난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실시한 가운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종사자) 상당수가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등 워라밸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사실상 근로자나 다름없지만 법적 지위가 개인사업자여서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년부터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 중이나 걸림돌이 적지 않다.

31일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근로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종사자들은 주 평균 최대 72시간 가까이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법률상 근로자가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실적에 따라 소득을 얻는 개인사업자다. 예컨대 택배기사는 배달서비스업체에서 업무를 의뢰받아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화물 운전사도 자기 차량을 몰고 운송 횟수마다 보수를 받는 식이다.

특수종사자 중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퀵서비스기사, 택배기사, 신용카드모집인, 대출모집인, 골프장 캐디, 레미콘운송업 종사자, 대리운전기사 9개 직종의 종사자만 지난해 8월 보험가입자 기준 47만3856명에 달한다.

이들 직종 종사자 35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레미콘운송업 종사자는 주당 평균 60시간 이상 일했다. 택배기사가 주당 71.8시간으로 1위를 차지했고 퀵서비스기사(68.0시간), 레미콘운송업(60.4시간)이 뒤를 이었다.

신용카드 모집인(30.9시간)과 대출모집인(42.8시간), 보험설계사(42.6시간), 대리운전기사(44.8시간)는 근로 시간이 주당 40시간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도 ‘투잡’(겸업)을 하고 있어 전체 근로시간이 적다고 보기 어렵다. 신용카드 모집인과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30% 이상이 겸업을 했고, 보험설계사와 대출모집인의 15% 이상이 다른 일을 병행했다.

특수종사자의 사회보험 가입률도 저조하다. 국민연금의 경우 미가입자가 47.5%로 절반에 달했다. 가입자 44.2%도 직장가입이 아닌 지역가입이었다. 건강보험도 70.2%가 지역가입자였고 현 일자리에서 가입한 비율은 매우 낮았다. 산재보험도 응답자의 68.3%가 가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수종사자는 계약을 맺은 사업자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이 높은 데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다는 점에서 임금 근로자처럼 ‘노동자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특수종사자 47만명을 대상으로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나 만만치 않다.

현행 고용보험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특수종사자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여럿인 경우가 많아 어느 업체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할지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응답자 중 다수가 사용자와 비용을 반반 부담할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하겠다고 하면서도 이직과 자발적 실업이 잦아 실업급여 수급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노무를 제공해 대가로 생활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종속성이 높고 실직 위험이 근로자와 비슷하다”며 “실직과 임신·출산 등 소득상실 위험에 대비해 이들의 고용보험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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