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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으면 없어지는 '분실 대한민국'…시민의식도 사라졌다

입력 : 2018-07-30 08:00:00 수정 : 2018-07-29 14: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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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른 ‘자전거 헬멧 의무화(9월28일)’를 앞두고 서울시가 시범 시행에 들어간 ‘따릉이 헬멧 무료대여’가 분실이라는 난관에 부딪히면서 예상한 결과라는 조롱이 쏟아진다.

철저히 반납할 거라는 시민의식을 믿고 시행에 들어갔지만 ‘분실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져 향후 다른 분야에서 무료대여를 생각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여의도 일대 따릉이 대여소에 헬멧 1030개를 비치한 결과 26일을 기준으로 55개(5.3%)가 돌아오지 않았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에 비치된 헬멧 보관함이 군데군데 비어 있다. 헬멧은 보관함이나 자전거 바구니에서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다. 김경호 기자.


시는 분실 우려에 따라 헬멧에 태그를 부착해 대여·반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고려했지만, 시스템 운영비가 헬멧 구매 비용보다 더 많이 나오는 바람에 포기했다.

시는 따릉이의 바구니와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설치한 보관함 6곳에 헬멧을 넣어놓고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시범운영 나흘 만에 이처럼 많은 헬멧이 분실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국의 고민이 크다. 일단 시범운영에 들어갔으므로 계속 진행한 뒤, 대안 제시나 무료대여 중단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전거 헬멧뿐만 아니라 임산부 배려석 정착 캠페인 확산을 위해 등장한 인형도 돌아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지하철을 운영하는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작년 11월1일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을 위해 테디베어 곰인형을 열차당 4개씩 총 84개(21편성)를 놓았으나, 지난 6월30일을 기준으로 20여개가 분실됐다고 세계일보에 밝힌 바 있다.

 
대전 지하철 1호선 임산부 배려석에 놓인 테디베어 곰인형. 대전도시철도공사 제공.


대전도철은 인형이 없어지거나 더러워지면 예비품으로 즉시 교체하거나 세탁한 뒤 다시 가져다 놓는다고 설명했다.

그 많은 인형은 도대체 누가 가져갔을까?

인천교통공사도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에게 무료 우산대여 서비스를 시행했지만 회수율 0%에 가까울 만큼 거의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오더라도 다음 사람이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1월 세계일보가 확인했다.

당시 공사 관계자는 “승객들께서 자발적으로 돌려주셔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고 있다”고 말했으며, 서울교통공사도 과거에 같은 서비스를 했지만 중단했다고 밝혔다.

우산은 도대체 누가 가져갔을까?

 
지난해 4월,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과 상하이 등 11개 도시에서 시작한 공유 우산 사업이 3개월여 만에 문을 닫았다. 배포된 우산 30만개 중 회수되는 수가 줄더니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탓이다. 시민들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빌리고는 되돌려 놓지 않았다. 시민의식 결여로 대표되는 중국 공유경제의 부작용이지만, 비슷한 일이 우리 주위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스트 캡처.


가져갈 때는 고마우면서도 쓰고 나면 당시의 마음을 잊고 나 몰라라 하는 이기주의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다른 승객 편의를 위해서라도 귀찮음을 견디고 돌려달라고 당국은 요청했지만, 듣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우산 수백개 대여를 시작한 수도권의 한 지자체도 몇 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적 있다. 빌려 간 사람이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거나 자기쯤이야 하는 생각에 우산을 반납하지 않아서가 이유다.

 
공항철도 일반열차 임산부 배려석에 놓인 캐릭터 ‘나르’ 인형. 독자 제공.


지난 1일, 공항철도(AREX)가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위해 열차에 놓은 캐릭터 ‘나르’ 인형은 의자 기둥과 줄로 연결되어 있다.

열차의 한 승객은 “아무래도 인형이 없어지니까 줄로 기둥과 묶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리한 추측일까? 하지만 그의 생각이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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