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면 지도는 복잡하고 거대한 지구나 넓은 지역을 작게 대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 결과 사람이 우주로 나가 직접 지구를 관찰하지 않더라도 손안의 지도를 통해 지구 전체의 형태와 개별 지역의 세부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큰 것을 작은 것으로 축소하는 지도와 그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은 지구를 구석구석 잘 알 수 있는 선물을 제공한다. 사람이 어떻게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사람이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있어도 좋은 것과 꼭 있어야 하는 것을 구별해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알게 할 수 있는 추상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
확대의 특성을 지닌 정책이 현실에서 제대로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시뮬레이션을 고려해볼 만하다. 시뮬레이션은 먼저 기존에 수집한 많은 정보나 통계를 바탕으로 가능한 한 현실에 가까운 모형이나 조건을 만들고 다음으로 그중에서 지금부터 만들려고 하는 실물이 어떻게 변화와 반응을 보이는가를 실험·분석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자동차의 안전도를 알기 위해 인위적인 조건의 모형을 만들어 충격 실험을 하는데, 이도 일종의 시뮬레이션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최저임금제는 소득 불균형의 완화를 위해 정책적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제의 적용 금액을 제시하자 찬반의 논의가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공시할 때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두 손을 들고 환영하는 경우란 현실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기 때문에 정책의 찬반이 명확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특정 정책은 입안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뮬레이션이 충실하게 실시되었다면 정책의 공개 이후에 쏟아질 찬반 논의에 즉각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이 엉성하게 됐다면 정책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만을 키우고 원래 목표치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다. 축소의 지도와 확대의 시뮬레이션은 일정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파악하고 실효성을 제고하는 길인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또 더 많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길이기도 하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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