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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의인문상식] 정책과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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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7 22:17:39 수정 : 2018-07-27 22: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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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으로 찬반 논의 가열/ 충실한 시뮬레이션이 갈등 해결책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지도는 어떤 것일까. 이 질문을 들으면 어떤 측면에서 생각해야 할까 고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축척의 비율이 초점인지 지도를 만드는 기술이 초점인지 의도를 캐내려고 할 수 있다. 정답은 지표면을 그대로 본뜬 1대1 지도가 가장 정확하다. 축척이 아무리 적고 기술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지도는 기복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가장 정확한 1대1 지도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1대1 지도가 아무리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지도를 휴대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지도를 통해 위치를 찾고 방향을 정하게 된다. 1대1 지도라면 산꼭대기나 높은 곳에 직접 올라가야만 그 인근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반면 5만분의 1 지도는 넓은 지역을 한눈에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지도는 복잡하고 거대한 지구나 넓은 지역을 작게 대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 결과 사람이 우주로 나가 직접 지구를 관찰하지 않더라도 손안의 지도를 통해 지구 전체의 형태와 개별 지역의 세부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큰 것을 작은 것으로 축소하는 지도와 그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은 지구를 구석구석 잘 알 수 있는 선물을 제공한다. 사람이 어떻게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사람이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있어도 좋은 것과 꼭 있어야 하는 것을 구별해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알게 할 수 있는 추상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그런데 사람은 큰 것을 작은 것으로 축소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작은 것을 큰 것으로 확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정책을 입안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실적으로 실제이든 상상이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다 고려하고서 정책을 입안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사례의 수집만으로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1대1 지도의 치명적 한계처럼 모든 정책적 요소의 고려도 시간의 한계라는 치명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때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한 요소를 고려해 정책을 입안하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게 된다. 이 적용은 지도의 축소와 달리 확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을 실행하다 보면 당연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고 미처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사안이 불거질 수도 있다.

확대의 특성을 지닌 정책이 현실에서 제대로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시뮬레이션을 고려해볼 만하다. 시뮬레이션은 먼저 기존에 수집한 많은 정보나 통계를 바탕으로 가능한 한 현실에 가까운 모형이나 조건을 만들고 다음으로 그중에서 지금부터 만들려고 하는 실물이 어떻게 변화와 반응을 보이는가를 실험·분석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자동차의 안전도를 알기 위해 인위적인 조건의 모형을 만들어 충격 실험을 하는데, 이도 일종의 시뮬레이션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최저임금제는 소득 불균형의 완화를 위해 정책적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제의 적용 금액을 제시하자 찬반의 논의가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공시할 때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두 손을 들고 환영하는 경우란 현실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기 때문에 정책의 찬반이 명확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특정 정책은 입안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뮬레이션이 충실하게 실시되었다면 정책의 공개 이후에 쏟아질 찬반 논의에 즉각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이 엉성하게 됐다면 정책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만을 키우고 원래 목표치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다. 축소의 지도와 확대의 시뮬레이션은 일정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파악하고 실효성을 제고하는 길인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또 더 많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길이기도 하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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