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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돈 스트레스에 행복지수 꼴찌…'행복 찾기'에 빠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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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9 09:00:00 수정 : 2018-07-27 19: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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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행복찾기 열풍①] 행복지수 또 꼴찌
30대 A씨는 최근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현재 받는 월급으로 남들처럼 살아갈 자신이 없었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매일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뉴스에 나오는 미투운동이나 성범죄 뉴스는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을 키웠다.

몸에도 이상이 생겼다. 스트레스로 잠이 오지 않았고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A씨는 “이 세상이 지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안감은 심해졌고 사회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켜졌다”고 고백했다.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A씨는 우울증 증상을 앓았고 결국 지난 4월 심리상담 센터를 찾아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이 경제력, 직장생활이나 인간관계 등에서 스트레스와 불안,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민국 행복지수는 올해도 꼴찌를 기록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찾기에 나서고 있다. 서점의 각종 베스트셀러 중 상당수는 행복을 좇는 서적이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휘게(편안하고 기분좋은 상태)’, ‘욜로(인생은 한번뿐이다)’ 등 행복을 찾는 단어들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들과 비교를 하기보다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야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올해도 행복지수 꼴찌…일·돈·가족 스트레스 커

글로벌 헬스케어기업 ‘시그나그룹’은 지난 11일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23개국 중 가장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1.7점으로 1위를 차지한 인도(70.4점)보다 무려 20점 가까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매년 측정한 시그나 그룹의 행복지수에서 2015년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모두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행복하지 않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시그나 그룹의 행복지수는 신체건강, 사회관계, 가족, 재정상황, 직장 등 5개 설문을 통해 지수를 측정한다. 23개국의 1만 4467명(한국 1000명)이 참여했다. 설문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조사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행복지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측면에선 의미가 있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2015년 61.8점, 2016년 60.7점, 지난해 53.9점 올해 51.7점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최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97%로 23개국 평균(86%)을 크게 웃돌았다. 스트레스 원인으로는 일(40%), 금전문제(33%), 가족(13%)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자신이 ‘불행하다’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대해 물은 결과 ‘불행하다(매우 불행+조금 불행)’는 답변이 73.4%에 달했다고 5일 밝혔다. 19~29세(76.9%), 30~39세(77.9%), 40~49세(75.7%), 50~59세(75.0%) 등 상당수 국민은 자신의 불행을 호소했다. 다만 60세 이상 고령층에선 평균보다 낮은 65.0%가 불행하다고 응답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베스트셀러 키워드도 ‘행복’

행복에 고픈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올해도 힐링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한 동호회 사이트에 ‘힐링’이라는 단어를 담아 개설된 모임만 380여개가 넘을 정도다. 많은 이들이 직장인 힐링모임, 2030모임, 힐링 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행복을 찾는 모임을 개설하고 있었다. 한 힐링 동호회장은 “지루한 일상, 의미 없이 보내는 하루가 싫어 개설하게 됐다”며 “여러명이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지치고 외로울 땐 함께 힐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은 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교보문고가 베스트셀러를 집계한 결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3위)’, ‘모든 순간이 너였다(4위)’,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5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6위)’ 등 행복관련 서적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교보문고 행복 관련 베스트 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3위)’, ‘모든 순간이 너였다(4위)’,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5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6위)’(왼쪽부터)

교보문고 관계자는 “5년 전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때부터 에세이 서적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며 “번아웃 증후군 등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머리를 잠시 식히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책 구절을 공유할 수 있는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행복은 상대적인 게 아냐”

전문가들은 남들과 비교하는 문화가 개인의 행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행복의 기원’의 저자 서은국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우리나라에선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잘되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기가 하고 싶은 거보다 남들의 기대치에 영향을 받다보니 자신에게 남는 즐거움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의 기준을 상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특히 “유교적 가치를 가진 국가들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을 보인다”며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행복의 중요한 구성물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제로섬의 연속이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불행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복감이 높은 국가일수록 자신의 기준이 중요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행복감이 높은 국가들의 특징을 보면 주관적으로 별것 아닌 거 같아도 자신이 좋고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높다”며 “사회보장제도 같은 제도적인 부분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타인과 다름은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해야 모두가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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