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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느껴진 아내… 시심으로 담다

입력 : 2018-07-28 03:00:00 수정 : 2018-07-27 21: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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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인 지음/지에이소프트/1만3900원
아내가 예뻐졌다/김하인 지음/지에이소프트/1만3900원


칠 년 동안 병간호 끝에/할머니가 죽었는데

삼일장을 치르자마자/팔봉이 할아버지는

동네 대폿집으로 달려가/분홍치마 두른 여자와 막걸리를 마시며

대놓고 희희덕거렸다.

영감탱이, 미친 거 아냐?/그토록 마누라를 애지중지하더니만

속은 빨리 죽기를 바랐던 거 아냐?/

여튼간 사내들이란 늙어서도 주책이네!

하고 동네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쑤군덕거렸었는데,

초등학교도 못 나온/팔봉이 할아버지는 이 한마디로

동네 풍문을 일시에 잠재웠다.

“마누라가 있으면 있어서 좋고/여편네가 없으면 없어서 좋고!”

삶의 위대한 스승의/일갈이셨다.

“때로는 먹고산다는 게 비루하고 역겨워/당장 때려치우고 바다를 보러가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 풍파가 아무리 드세어도/당신이 식탁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집이

내게는 등대 불빛만 같아서/아무리 피곤에 절고 술에 떡이 되어도

나는 흔들리는 몸을 곧춰 부여잡고/당신에게 이렇듯 돌아가는 중이다.”

김하인 작가 겸 시인이 일상에서 느낀 아내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과장도 모자람도 없는 생각을 81편의 시로 엮었다. 작가는 “아내가 특별히 예뻐 보이는 때가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결혼 초 첫아이를 낳았을 때와, 한창 가정을 꾸리고 키워 나가는 30대에 특별히 예뻐보인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는 언젠가 죽음으로 이별할 아내에 대한 애틋함이 더 한다.

작가의 대표 작품인 ‘국화꽃 향기’(2000년)는 100만부나 팔려 일약 시대 정서를 반영하는 대중문화의 텍스트가 되었다. 작가의 작품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2011년 국내 작가로는 처음 중국 출판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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