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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슬픔마저 차별 없던 '마지막 등원'…함께 애도한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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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7 23:03:24 수정 : 2018-07-27 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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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 네가 죽으면 /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 나도 죽어서 / 서른 해만 서른 해만 더 / 함께 살아볼까나.”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영결식이 엄수된 2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노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동료의원과 각계 인사들, 시민 2000여명은 추모 영상에서 자작곡 ‘소연가’를 부르는 고인의 육성이 흘러나오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노 원내대표의 고교 시절 서정주 시인의 수필에서 노랫말을 딴 후 직접 곡을 붙인 작품이다.

마지막 등원 노회찬 의원 비서실장인 김종철 전 진보신당 부대표 등 정의당 당직자들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인 영정을 들고 생전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영결식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노 의원 영정이 고인이 머물렀던 의원회관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장례 마지막날인 이날 오전 9시 빈소였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발인을 마치고 출발한 노 원내대표의 운구차량은 오전 10시쯤 국회에 도착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엄마, 청소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땡볕이 내리쬐는 이른 아침부터 노 원내대표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

국회장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영결사에서 “제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까. 어떻게 하다가 이 자리에서 노회찬 의원님을 떠나보내는 영결사를 읽고 있는 것입니까. 믿고 싶지 않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깊은 슬픔입니다”라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 의장은 “정치의 본질이 못 가진 자, 없는 자, 슬픈 자, 억압받는 자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던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며 “당신이 한국정치사에 남긴 발자취와 정신은 우리 국회와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길이 빛날 것”이라고 애도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현관에서 열린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영결식에서 심상정 의원이 조사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27일 국회에서 열린 故 노회찬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헌화를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27일 오전 국회에서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영결식을 마친 운구차량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조사에서 “대학생 노회찬은 노동해방을 위해 용접공이 되어 인천으로 향했고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든 진보정치 단체들을 두루 이끌며 청춘을 바쳤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초등학생부터 구순 어르신까지. 막 일을 마치고 땀 자국이 선연한 티셔츠를 입고 온 일용직 노동자부터 검은 정장을 정중히 입은 기업대표까지. 남녀노소 각계각층 많은 분들이 노 원내대표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했다“며 “노회찬을 잃은 것은 그저 정치인 한 명을 잃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약자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민주주의의 가능성 하나를 상실했다”고 울먹였다.

고인의 오랜 동지인 심상정 의원도 이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심 의원은 “지금 제가 왜 대표님께 조사를 올려야 한단 말입니까. 저는 싫습니다.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흐느꼈다. 이어 “2011년 대한문 앞에서 함께 단식농성하며 약속했던 말, 함께 진보정치의 끝을 보자던 그 약속, 꼭 지켜낼 것” 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금속노동자 김호규 씨의 조사 낭독과 고인의 생전 영상이 상영됐다. 노 원내대표의 장조카인 노선덕씨도 유족을 대표해 조사를 낭독했다. 이후 대법원장과 여야 대표, 동료 의원들 순으로 헌화와 분향이 진행됐다.

한시간쯤 진행된 영결식을 마친 유가족과 동료 의원들은 고인의 영정과 위패를 들고 국회 의원회관 고인의 사무실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 대표와 심 의원을 비롯해 김종대·추혜선·윤소하 의원 등은 의원회관 510호실에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도착하자 끝내 오열했다. 고인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했다.

김민순·최형창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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