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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그리스 산불 '방화' 가능성 제기…국민 분노 가라앉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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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7 15:48:42 수정 : 2018-07-27 15: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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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카주서 수십 건 산불 동시 다발적 발생 / "정부 큰 재난 대처 준비 안 돼" 비난 최소 85명이 사망한 그리스 산불 참사와 관련해 이번 참사가 방화로 시작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니코스 토스카스 그리스 공공질서부 장관은 26일 밤(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산불 참사의 원인에 대해 “방화 범죄와 관련한 중요한 징후들과 의미 있는 발견물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토스카스 장관은 “우리는 많은 요소로 인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발견된 물건들이 있고 이는 수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 이상의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산불 화마가 휩쓴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마티 부근 산등성이가 24일(현지시간) 산불로 초토화한 모습. 연합뉴스
그리스 정부는 피해 지역이 속한 아티카주에서 수십 건의 산불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점을 들어 방화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그동안 그리스 인구 밀집지 주변에서는 종종 방화로 의심 받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개발을 위해 숲에 불을 놓는다는 것이었다. 실제 체포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하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부가 방화 가능성을 문제 삼아 화난 민심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치프라스 정부는 큰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지난 25일 그리스 정부는 아끼지 않는 구호 방안을 발표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마티 지역의 도시 배치 자체가 애초 대형 화재 등 비상시에 대비한 대책이 크게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양지인 마티 지역은 바다로 가는 통로가 절벽으로 막혀 있거나 숲 지역에 주택들이 건설됐고, 비상시 안전 대비조차 거의 없어 사실상 화재 때 비상구가 없는 ‘파이어 트랩’(fire trap)처럼 건설됐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업자들에 의해 위법하게 개발돼 많은 주택이 불법적으로 건설된 것도 탈출로를 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도로는 좁고 막다른 길이 많으며, 도로 표지판은 부실해 유명 관광지를 찾은 많은 외지인으로서는 메인 도로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이번 화재 때 많은 사람이 차를 몰고 피난에 나섰지만 길이 막히거나 탈출로를 찾지 못해 차 안에 갇혀 숨지는 일이 많았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키네타에서 시뻘겋게 번져오는 산불을 24일(현지시간)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북동쪽으로 약 29㎞ 떨어진 마티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이번 화재는 2차 세계대전 이래로 대륙을 강타한 최악의 산불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참사의 사망자가 최소 85명으로 늘었으며, 180명 이상이 부상했고 이 중 11명은 생사가 갈릴 수 있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실종자만도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최대 시속 124㎞/h의 강풍이 몰아쳐 피해를 더 키웠다.

가디언은 호주를 제외한 다른 어떤 나라도 금세기 산불로 인해 그러한 인명 손실이나 파괴를 겪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호주 남부의 빅토리아주에서는 지난 2009년 동시 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해 주택 수천 가구가 불에 타고 173명이 숨졌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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