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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형 아시죠?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걸" 눈물로 노회찬 보내

입력 : 2018-07-27 13:26:26 수정 : 2018-07-27 16: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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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유가족들이 고(故) 노회찬 의원 영정을 들고 의원회관내 고인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고인은 많은 이들의 눈물속에 이날 오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뉴시스

고(故) 노회찬 의원(정의당) 영결식이 눈물속에 27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국회장(葬)으로 엄수됐다.

고인을 마지막으로 보는 자리인 만큼 폭염속 영결식에는 동료의원, 일반 시민들까지 2000여 명이 모였다.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정치역정을 함께했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들이 절절한 아픔과 그리움을 담은 조사를 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이들이 전날 추도식에서 유시민 작가의 추도사를 다시한번 음미하며 눈물을 보탰다.

2012년 노 의원, 심상정 의원과 진보정의당을 창당했던 유시민 작가는 고인을 향해 눈물로 쓴 편지를 꺼내 들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유 작자는 맥락만 집어내는 간결하고 논리정연한 문장으로 유명하다. 그가 26살때인 1985년 옥중에서 쓴 '항소이유서'는 당시 판사들이 돌려볼 만큼 희대의 명문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실력을 가진 유 작가지만 노 의원 앞에선 긴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오늘 처음 형이라고 불러 본다"며 그 동안 동생 노릇 못했다며 땅을 쳤다.

유 작가는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다"며 "다음 생은 저도 (완벽한 사람이 아닌)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라고 고백했다.

유 작가는 "아시죠,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요"라며 편지 형식의 애도사를 마무리 했다.  

고인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지난 26일 신촌 세브란스 영안실에서 열린 고 노회찬 의원 추도식에서 유시민 작가가 "형이라고 처음 불러 본다"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을 가득 담은 추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다음은 유시민 작가 추도사 전문이다.

추도사가 아니고 노회찬 대표님께 짤막한 편지를 하나 써 왔습니다. 써온대로 해 보겠습니다.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우리에게 다음 생이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생이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만나는 세상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온전하게 자기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되면 좋겠습니다.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 번도 형이라고 불러 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더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김지선 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 그리고 가끔씩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 둘이 낚시를 가기로 해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 다음 생은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잘 가요 회찬이 형.

아시죠?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요.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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