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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는 외교' 꺼내든 美…트럼프의 노림수는?

입력 : 2018-07-26 18:55:26 수정 : 2018-07-26 18: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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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임기 내 北 CVID 실현” / 폼페이오, 상원 청문회서 증언 / 비핵화 전략·시간표 다시 제시 / “헛되이 시간 질질 끌지 않을 것” / “北 여전히 핵분열성 물질 생산” / SLBM 개발은 공개 답변 안 해 / 北선 “계단 오르기도 순차 있어” / 美에 연일 종전선언 촉구 압박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인내하는 외교’(patient diplomacy)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임기 내인 2021년 1월까지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대북 전략과 시간표를 제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 증언을 통해 “인내하는 외교를 하고 있지만 헛되이 질질 시간을 오래 끌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전이라도 할 수 있으면 최대한 빨리 비핵화를 실현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판단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밝힌 ‘인내하는 외교’는 그가 처음 사용한 용어가 아니다. 전임자인 렉스 틸러슨 전 장관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면서 이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비슷하게 들릴 수 있으나 실질적인 내용이 다르다는 게 미국 정부 측 설명이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지만, ‘인내하는 외교’는 북한이 비핵화를 단행할 때까지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중시켜 나가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에 잠긴 폼페이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머리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겨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공화·콜로라도)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말까지 비핵화를 이루는 게 여전히 목표인가’라고 묻자 “그렇다”면서 “가능하다면 더 빨리”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6·12 회담 이전에 ‘1년 내 비핵화 완료’(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정부 첫 임기 내 완료’(폼페이오 장관) 등의 비핵화 시한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6·12 회담 이후에는 비핵화에 시한이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가 이번에 다시 폼페이오 장관이 시한을 설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혼용해서 사용하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용어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같은 의미이고, 트럼프 정부의 대북 목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가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FFVD”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물질을 지속해서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북한 핵 프로그램의 진전 여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에 관해서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한과의 향후 협상에서 모든 대량파괴무기(WMD)의 제거를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은 북한에 모든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우리의 비핵화 정의, 즉 핵탄두의 기반 시설과 생·화학무기 등에 관한 광범위한 정의를 이해한다고 매우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이 완전하게 비핵화한다는 데 동의했고, 그것은 분명히 모든 종류의 무기를 포함한다”며 “북한이 WMD를 제거할 때까지 우리의 제재, 유엔의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26일에도 “계단을 오르는 것도 순차가 있는 법”이라며 초기 조치로서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 대외용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개인 필명 논평에서 “조선반도에서 정전상태가 지속되는 한 긴장 격화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실질적 담보가 없으며 정세가 전쟁 접경으로 치닫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심각한 사태를 막기 위한 근본방도는 조·미가 하루빨리 낡은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종전을 선언하며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 보장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와 실행에 앞서 종전선언이라는 안전판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협상 과정에서 만약에 불거질 수 있는 미국의 군사적 행위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김민서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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