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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여름휴가가 절정을 이룰 무렵 남해안으로 해조류 조사를 갔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향한 곳은 경남 고성에 위치한 ‘상족암’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생소한 음식을 맛보게 됐다. 그 음식이 바로 ‘바다의 사슴뿔’이라 불리는 청각(靑角)임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청각’의 한자를 풀어보면 ‘푸른 뿔’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청각은 짙은 초록색을 띠는 녹조류의 하나로 모양이 사슴의 뿔과 닮아 있다. 청각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썰물 때 물이 빠진 바닷가 바위 주변이나 바닷물 웅덩이를 잘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청각은 주로 봄에 자라나기 시작해 여름에 성장하며 가을이 되면 사그라진다. 청각은 손으로 만지면 표면이 보드라운 융단과 같고 살짝 눌렀을 땐 폭신한 감촉을 느낄 수 있으며,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곤봉 모양의 세포가 이어져 실뭉치가 엉켜 있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청각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등장하는데 감촉이 매끄러우며 색은 검푸르고 맛이 담담해 김치의 맛을 돋운다고 소개돼 있으며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의 의서에는 해독작용이 있는 해조류로 기록돼 있다. 필자처럼 내륙지방에서 자란 사람은 잘 모르지만 해안가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청각을 요리에 이용해 왔다. 청각은 데쳐서 볶거나 그냥 무쳐 나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름철에는 초무침으로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청각은 비타민, 칼슘, 인, 철분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성장을 촉진하고 배변을 용이하게 하며 빈혈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은 종묘를 자연적으로 채취해 양식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이 전체 해조류의 1% 미만에 그치지만 그 독특한 맛을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기를 기대해본다.

 

조가연·국립생물자원관 전략기획과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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