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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北, 과감한 비핵화로 진정성 보여야

한반도 평화 아직 ‘본론’ 못들어가 / 北 경제건설 선결조건은 비핵화 / 내심 숨긴채 요구만 되풀이 안돼 / 시간 끄는 ‘술수’로만 비치기 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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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6 23:23:38      수정 : 2018-07-26 23:23:38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에 대한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시설 해체 움직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긍정적 언급이 있었지만, 핵탄두· 핵물질· 탄도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다. 또 북한은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이끌어내 상징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 집착하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한의 결정적 변화가 없는 한 아직 대북 경제제재의 고삐를 늦출 생각은 없어 보인다.

북한의 핵 폐기와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 핵심 사안이지만 아직 본론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힘들게 일궈낸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하향식 접근 결과가 과거 실패했던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 2·29 합의와는 다를 것이라는 보장도 아직은 없다. 성패의 관건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벼랑 끝’으로부터 ‘매력 공세’로의 단순한 전술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인 발상 전환을 통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한 비핵화’가 의미를 가진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교수 국제지역학

북한은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선(先)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한다. 2017년 가을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후, 최고조로 이른 긴장 상황에서 미국 최강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서 임전태세를 갖췄었지만 미국의 군사 공격은 없었다. 한국 정부는 거듭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당시 상황은 오히려 핵무기 개발이 북한 체제의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의 위험 요인임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북한이 핵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체제 위기 비용이 더 커진 지 오래다. 북한은 체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비핵화에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행여 북한이 비핵화 없이도 공세적 외교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사행심에 탐닉하지 않기 바란다.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이 초래한 일종의 ‘낙수 효과’로 인해 느슨해질 경제제재나 남북교류 확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만약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되면, 그동안 기대가 컸던 만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반감과 제재의 강도는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자칫 핵문제의 본질적 해결 없이, 표면적인 실험 중단과 시설 폐쇄 등의 제스처만으로도 협상을 통해 경제건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비핵화의 길은 멀어진다.

북한은 앞으로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비핵화는 경제건설의 선결조건이다. 북한이 ‘주동적 조치’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로 신속하고 확실하게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북한을 겹겹이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한숨에 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언제까지 미국과의 경제제재 완화 협상에 북한경제의 미래를 맡기려는가. 남북협력 사업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풀려야 궤도에 오를 수 있다.

대북 경제제재 해제가 곧바로 북한경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경제제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제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장마당의 상거래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과 베트남의 역사에서 보듯이, 시장 신호에 따른 자율적 공급과 다양한 소유제도, 그리고 활발한 대외경제 관계의 보장이 경제건설에 필수적이다. 핵문제로 밀고 당기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

핵 폐기와 체제보장의 로드맵에 대한 일괄 타결 없이, 내심을 숨긴 채 요구만 되풀이하는 협상 전략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사태의 본질인 핵탄두와 핵물질은 그대로인 채, 검증도 없이 스스로 선택한 시설물을 한 개씩 폐쇄하고 해체해서야 어느 세월에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겠는가. 이는 시간을 끌면서 원하는 것만 얻으려는 ‘술수’로 비치기 십상이다. 기왕에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스스로 신속하게 이행한다면 북한체제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경제건설을 막을 수 있는 국가는 그 어디에도 없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교수 국제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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