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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에어컨 열차 타려면 12년 기다리라고?"…뿔난 런던 지하철 승객들

입력 : 2018-07-27 13:18:46 수정 : 2018-07-27 13: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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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지하철(언더그라운드) ‘센트럴선(Central line)’ 승객들이 오는 2030년은 되어야 에어컨이 완비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는 런던교통공사(TFL)의 계획 발표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운행 100년이 넘은 런던 지하철은 내부 온도가 40℃ 가까이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여름 지하철 승객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TFL은 최근 지하철 내부 온도와 관련한 논의를 거쳐 오는 2030년은 되어야 센트럴선에 에어컨이 설치된 지하철을 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 성인이 서로를 마주 본 채 의자에 앉으면 가운데 두 사람이 겨우 몸을 비틀어야 지나갈 만큼 폭이 좁은 노선이 대부분이니 승객들이 견뎌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센트럴선은 총길이 74km로 전체 노선 중 가장 길다.

 

런던 지하철 센트럴선의 한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 영국 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트위터에서 ‘Askcentral’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네티즌은 “요즘 지하철은 노약자에게 굉장히 위험하다”며 “심지어 건장한 성인들도 내부 온도를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비싼 돈 내고 타는 지하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되물었다.

트위터에서 질문을 받은 TFL의 한 관계자는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지하철 통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에어컨이 완비된 열차는 2030년쯤 운행에 투입될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적으로 폭염에 시달리는 국가가 속출하면서 주요 문제로 대두하는 가운데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런던시민들은 이같은 답변에 그야말로 좌절에 가까운 상황이다. 많은 이들은 하루에 수파운드를 내고서 40℃에 다다르는 지하철을 누가 타고 싶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지난 금요일 지하철에 탔다가 기절할 뻔했다”며 “우리 딸은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런던 지하철은 승객들을 동물보다도 못한 존재로 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이저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앞으로 12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들이 말하는 통풍 시스템은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고 우리는 산 채로 지하철에서 구워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앞으로 12년 동안 뜨거운 지하철에서 살 수 있는 사람?” “그때까지 지하철을 탈 수 있기를 바란다” “40℃짜리 열차를 타려고 돈을 내는데 혹시 가격을 내려줄 수 있느냐” 등의 조롱 섞인 네티즌들 반응이 가득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데일리메일은 “창문도 작고 내부가 좁은 게 런던 지하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지의 한 기상 관련 전문가가 측정한 열차 내부 온도. 영국 데일리메일 영상 캡처.


런던 지하철은 터널 내부가 대부분 흙으로 구성됐으며, 열차가 내뿜는 열기를 거의 흡수하는 탓에 터널 그 자체만으로도 온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통부터 열차 외부 터널에 여유 공간이 없었던 탓에 에어컨을 들이더라도 실외기를 통한 열기가 배출될 공간이 없어 터널 내부가 용광로처럼 달궈질 것을 우려한 당국은 좀처럼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을 지나는 탓에 공기가 유입되게 터널과 지상을 연결하는 ‘통로’를 뚫을 수도 없다.

가축 수송 열차의 최고 온도를 유럽연합(EU)이 30℃로 제한하지만 ‘가볍게’ 기준을 뛰어넘으며, 2016년 열차 내부 온도가 30.91℃를 기록한 ‘베이컬루선(Bakerloo line)’이 겨우 기준을 만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런던 지하철 당국은 승객들에게 무료로 생수를 나눠줬는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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