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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에 유급휴가"…뉴질랜드, 세계 최초로 법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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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6 15:18:51 수정 : 2018-07-26 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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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에 한 번꼴 가정폭력 발생 / 10일 유급휴가… 2019년 4월부터 본격 시행 4분에 한 번꼴로 경찰 신고가 들어올 정도로 가정폭력 사건이 많은 뉴질랜드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10일 간의 유급휴가를 주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중소기업 등에 부담을 줄 것이란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뉴질랜드 의회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보호가 먼저라고 판단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10일의 유급휴가를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률이 찬성 63표 대 반대 57표로 이날 뉴질랜드 의회를 통과해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유급 휴가를 주는 법이 통과된 건 전 세계에서 뉴질랜드가 처음이다. 피해자들은 이 법안을 활용해 가해자로부터 벗어나 아이들과 자신들을 보호할 새 보금자리를 찾는 등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뒤 7년 동안 입법 운동을 해 온 잔 로기 녹색당 의원은 “뉴질랜드의 끔찍한 가정폭력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을 뗀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질랜드헤럴드
법률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는 정기 휴가, 병가 등과 별개로 10일의 유급 휴가를 쓸 수 있고,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정황 증거를 의무적으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또 가정폭력 가해자로부터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스토킹 등 2차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피해자의 업무 공간과 이메일 주소가 변경되는 조치도 함께 적용된다. 잔 로기 의원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많은 가해자들이 직장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피해자에게 전화 등을 통해 연락해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결국 피해자가 일을 그만두면 피해자들은 (경제적으로) 가해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고용주가 신규 채용을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통과 과정에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가정폭력 발생비율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고, 가정폭력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41~70억 뉴질랜드달러(3조~5조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데 다수의 의원들이 공감해 법안 통과가 이뤄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뉴질랜드헤럴드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2016년 52만5000여건의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지만 80%가 이를 숨길만큼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자선단체 ‘샤인’을 운영하고 있는 홀리 캐링턴은 “기업 고용주들이 이 법안을 단순히 비용으로 볼 것만이 아니라 직장을 안정시킨다는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며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직원을 돕는 것은 결국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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