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 인선은 김병준 비대위의 첫 시험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참신하지도, 파격적이지도 않은 밋밋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 박근혜 비대위의 김종인 전 의원 같은 파격 등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 대변인이나 정 대표 모두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부터 당과 관련된 일에 종사한 바 있다. 최 전 대표는 김 위원장의 고교 동문이다. 친박(친박근혜)·비박 계파 배분에 신경을 썼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대위원 인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설 일이 많을 것이다.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한 김 위원장은 당을 해산해 버려도 좋다는 각오로 대수술에 임해야 한다. 복당파와 잔류파, 친박과 비박의 계파 청산에 집중하되, 만약 화합할 수 없는 세력이 있다면 과감히 메스를 들고 도려내야 한다. 김 위원장도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이 당에서 어느 계파, 어떤 계열이라고 하는 문제가 사라져야 한다”며 “자르고 버리지 못할 때는 새로운 것을 세워서 새로운 통합의 길로 열어가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보수 정당의 비전을 일신하는 게 우선 과제다. 시대 흐름에 맞는 보수의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퇴행한 당의 정체성을 시대정신에 맞게 혁신해야 할 것이다. 안보와 경제·사회 정책 등에서 이념적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최근 문재인정부를 ‘국가주의적 정부’라고 비판하는 등 여권과 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당장엔 내부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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