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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난민 문제를 보는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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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4 23:38:53 수정 : 2018-07-24 23: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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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난민정책 둘러싸고 분열 / 남의 일인 줄 알았던 韓도 시끌 / 제주도 500여명 수용 갑론을박 / 해결 위해선 성숙한 사회 돼야 지중해(Mediterranean Sea·地中海)는 쪽빛 바다 빛깔이 유난히도 고와 주변에 휴양도시가 많이 몰려있다. 아프리카·아시아·유럽 3개 땅덩어리에 둘러싸여 있는데 서쪽은 지브롤터해협으로 대서양과 통하고, 동쪽은 수에즈운하로 홍해·인도양과 연결되며, 북쪽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해협으로 흑해와 이어진다. 3개 대륙과 연결돼 있다 보니 고대부터 유럽 문명의 중심 무대였고 현재도 세계 항로의 주요 간선이다.

아름다운 지중해가 난민들이 고통받는 날 선 공방의 ‘핏빛 죽음의 무대’가 돼버렸다. 얼마 전에는 스페인 비정부기구(NGO)가 공개한 사진이 세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지중해 리비아 인근 해역에서 바람 빠진 고무보트에 탄 채 숨져있는 시신 2구와 함께 널빤지를 붙잡고 간신히 떠 있는 카메룬 여성난민 1명의 사진이었다. NGO는 같은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난민 150명을 구조한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리비아 난민센터로 되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한 이들 3명은 일부러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상혁 국제부장

난민 문제가 지중해를 넘어 유럽 전체를 분열시키고 있다.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에 인접 국가들의 비난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은 난민에게 유화적인 총리와 강경한 내무장관이 불화다. 오스트리아와 덴마크는 유럽연합(EU)과 상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난민수용시설을 공동으로 짓기로 했다. 난민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EU는 이견을 조정할 엄두를 못 낸다. 28개국 연합체의 존립이 난민 문제로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EU 내 주요국들이 난민 유입을 막으려 국경 통제에 나서자 가입국 간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해 EU 내 단일 시장 토대를 마련했던 ‘솅겐’(Schengen)조약도 위태롭다. 그런데 중동과 아프리카계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유럽합중국’이라는 이상이 흔들리고 있다며 조약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중해와 맞닿은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로 들어온 난민들이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국경을 넘어 독일·프랑스 등 북쪽 부자나라로 자연스레 이동한다. 또 난민 출신이 테러나 범죄에 연루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독일처럼 난민수용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던 국가들이 안팎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강 건너 불 구경하면 될 줄 알았던 난민 문제가 우리나라에도 어느새 들어왔다. 난민이 주로 발생하는 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사회적으로 워낙 이질감이 커 굳이 한국을 찾아 난민신청을 하는 이들도 적고 난민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적도 없었다. 세계 난민 인정률이 40%에 육박하는데 한국은 1∼2%에 불과하다. 난민 지원시설, 지원금, 지원 프로그램 등도 변변한 게 없다.

그런 가운데 제주도로 들어온 예멘 출신 500여명이 우리나라의 사회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줄지를 놓고 학계·언론계·종교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난민을 거부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을 장식하고 난민 옹호 발언을 하다가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 하는 유명인들도 생겼다. 정부도 난감하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거부하는 정부라는 비판이 두렵고 그렇다고 국민 반감을 대뜸 외면할 수도 없다.

분위기는 국민 반발이 우세한 듯하다. 한마디로 “나 살기도 힘든데 뜬금없이 웬 난민?”이라는 그런 거부감이다. 그럼에도 난민단체 활동가들은 난민을 빌어먹기 위해 남의 나라로 넘어온 귀찮은 존재로만 여기는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호소한다. 그들도 우리 사회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설득이다. 생소한 난민 문제 해법을 찾기가 우리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악화 일로를 걷는 지중해의 난민 갈등이 우리나라에서 목에 꿀떡 넘어가듯 술술 해결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6850만명의 난민이 세계를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어렵다는 문제의 해결책을 구하는 출발점에 ‘국가와 국민이 과거보다는 성숙해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상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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