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휩싸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노 의원실 문에 소국이 붙여져있다.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특검사무실에서 이날 오전 투신해 사망한 노회찬 의원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어찌 보면 이 사건 흐름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노 원내대표가 수사 과정에서 거명된 건 경찰이 벌인 경공모 계좌추적의 결과였다. 경찰은 연간 10억원이 넘는 경공모 운영비를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2016년 3월 경공모가 5000만원을 인출해 노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정황이 담긴 회계장부와 메신저 채팅 내역을 파악했다. 일부 경공모 회원한테서 “실제로 금품 전달에 관여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경찰의 부실수사로 출범한 특검팀은 지난달 27일 공식 수사를 개시하면서 노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관련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노 원내대표는 특검팀이 자신의 불법자금 의혹을 수사 중이란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적극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현장 23일 오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남산타운아파트 부근에 증거 수집 등을 위한 임시 수사본부가 차려진 가운데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과거 드루킹과 진보당 간 악연이 새삼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드루킹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 지난해 5월 대선 직후 정의당과 노 원내대표에게 경고하는 내용의 글(트윗)이 올라왔다. 드루킹은 글에서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들…. 민주노총 움직여서 문재인정부 길들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미리 경고한다.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고 주장했다. 이 트윗은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드루킹 입장에선 정의당이 껄끄러운 존재였고 그 때문에 노 원내대표한테도 반감을 가졌을 것이란 추론이 제기된다. 노 원내대표는 드루킹의 이 발언을 ‘불법자금 공여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위협으로 받아들여 당황했을 수 있다.
드루킹 트위터. |
특검 수사에서 노 원내대표에 대한 부분은 지류에 가깝다. 따라서 본류에 해당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정치권 인사들을 향한 수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난 데다 통화기록 등이 다수 보존기한이 지난 상태라 실체를 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이 자칫 본류보다 지류에 집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