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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남성 육아휴직 전체 대상자 수는 18년째 '오리무중'

입력 : 2018-07-23 19:49:19 수정 : 2018-07-23 23: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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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민간서 8463명 사용 발표 / 남성 육아휴직 통계 ‘착시’ 유발한 고용부 / "지난해보다 이용자 66%나 증가" / 수치만 보면 제도 안착 같지만 / 사용률 제시 안돼 추세파악 불가 / 작년 중앙부처 사용률 3.8% 불과 / 전문가 “전체 대상자도 공개를”

 

“올해 상반기 민간 부문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846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65.9%가 늘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6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노동부가 23일 발표한 육아휴직 실적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급속하게 민간 부문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럴까. 외부 통계를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정부부처에서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지난해 3.8%에 그쳤다. 지난해 3대 국책은행(수출입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의 직원 중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원은 단 6명이었다.

고용부 수치가 잘못된 건 아니다. 그런데도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뭘까. 고용부 통계에는 육아휴직 전체 대상자와 육아휴직 사용률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분모 없이 분자만 공개한 것이다. 따라서 수치상으로 늘긴 늘었는데 전체적인 추세가 어떤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통계 등 타 부처에 자료를 요청하고 취합하는 게 법적인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쉽지 않다”며 “이와 관련한 요청도 많지 않다 보니 (전체 대상자 파악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타 부처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고용부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전체 대상자(모수)를 파악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아동수당 지급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만 살펴봐도 그렇다. 복지부에는 0∼5세 아동이 있는 가구와 부모에 대한 정보만 있다. 따라서 소득 상위 10% 가구를 걸러내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납부 통계를 참조해야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건보공단에 절차를 밟아 관련 통계를 요청했고, 공단은 개인정보 등 여러 사안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검토해 협조했다.


마찬가지로 육아휴직과 관련해서도 고용부가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고용보험통계 데이터베이스(DB)에 8세 이하 아동을 가진 가구를 산출하는 타 부처 통계를 조합하면 대상자를 산출할 수 있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1995년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명문화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남성이 여성 대신 쓰는 정도여서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 2001년 생후 1년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육아휴직을 쓰게끔 법이 다시 바뀌었다. 이때부터 18년째 육아휴직 통계가 작성되고 있지만 전체 대상자는 공개하지 않은 채 실적만 발표해왔다. ‘1만명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수 있는 이유다.

학계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줄기차게 시정을 요구했으나 여직껏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의지 문제인지 능력 문제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고용보험통계DB를 활용해 전체 대상자를 뽑더라도 고용보험 취득자에 국한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과 1년 미만의 임시직이 일부 포함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정규직 근로자 위주의 통계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대부분 배제되는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운 셈이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비정규직이나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통계가 배제되고 육아휴직을 쓰기 힘든 상황을 개선해 모든 근로자의 육아휴직이 보편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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