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동안 잠잠하던 바람은 이날 최대 시속 32km 강풍으로 바뀌면서 악명 높은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의 매서운 얼굴이 드디어 드러났다. 이에 공동 선두로 출발한 조던 스피스, 잰더 쇼플리, 케빈 키스너(이상 미국) 등이 전반홀에서 더블보기 등을 적어내며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졌다. 반면 4타 차 공동 6위로 출발한 우즈는 4번 홀(파 4)에서 5m 버디 퍼트를 잡았다. 이어 6번 홀(파 5)에서도 299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프린지까지 보낸 뒤 두 차례 퍼트로 또다시 버디를 떨궜다. 8번 홀(파 3)과 9번 홀(파 4)에서 볼을 항아리 벙커에 빠트렸지만 환상적인 쇼트게임을 선보이며 파를 지켰다. 이에 우즈는 메이저 15승과 PGA 투어 80승 고지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생애 첫 감격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23일 디 오픈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고 있다. 앵거스=EPA연합뉴스 |
우즈는 경기를 마친 뒤 딸 샘(11), 아들 찰리(9)와 포옹을 했다. 우즈는 “실수가 몇 차례 나왔다. 9언더파를 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봤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아이들에게 노력했다고 말해줬다. 아이들이 그동안 봐온 나의 모습은 고통뿐이었다. 정말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아깝다” 타이거 우즈가 23일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최종라운드 17번 홀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앵거스=PENTA PRESS연합뉴스 |
디 오픈 우승 트로피인 은제 주전자 클라레 저그는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6·이탈리아)가 차지했다.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기록하며 2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8언더파 276타로 감격적인 생애 첫 메이저 챔프에 올랐다. 이탈리아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몰리나리가 최초다. 그는 지난 2일에는 퀴큰론스 내셔널을 제패, 이탈리아 선수로는 71년 만에 PGA 투어 우승 기록을 세웠다. 우승 상금은 189만달러(약 21억4600만원)이다. 선두그룹에 3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몰리나리는 13개 홀 연속 파 행진을 벌이다 14번 홀(파 5)에서 첫 버디로 단독 선두에 나섰고 마지막 18번 홀(파 4)에서 2 버디를 떨궈 우승을 차지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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