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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 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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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3 11:45:01 수정 : 2018-07-23 11: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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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대상 온라인 찬반 투표 결과 93%가 찬성 / 서울시, 청소년 관련 시설 위주로 시범사업 추진 서울의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90%가 넘는 응답자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5일부터 온라인 시민 제안 사이트 ‘민주주의 서울’에서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는 정책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시는 “생리는 가임기 여성에게 일상적인 경험이지만, 많은 여성들이 갑작스럽게 생리를 시작해 당황스럽고 불편한 일을 겪기도 한다”며 “긴급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가 화장실에 비치되면 좋겠다는 시민 제안이 있었다. 시민 의견을 검토하기 위해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한 학교 화장실에 설치된 무료 생리대 자판기.
서울시 제공
이달 18일까지 한달여간 진행된 온라인 찬반 투표에는 총 1459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92.5%(1350명)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 시민은 “월경은 ‘생리현상’이다. 생리 중인 여성 중 생리대를 충분히 휴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상적으로 겪는 현상에 선택적 복지라는 잣대를 들이대야하나”라며 “‘화장실에 휴지를 무료 배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휴지를 무료로 배부하자’는 말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휴지가 무료일 수 있다면 생리대도 무료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적어 167명으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또다른 시민도 “말 그대로 ‘비상용’ 생리대다. 예상치 못한 때 생리를 하게 돼 당혹스러웠던 경험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라며 “공공기관 화장실의 비상용 생리대는 그때를 위한 최소한의 복지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남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불편은 공공이 해결하는게 당연하다”는 글도 있었다.

실제 많은 여성들이 예상치 못하게 생리가 시작돼 불편한 경험을 한다. 지난해 제주여성인권연대가 진행한 ‘생리대 정책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4%는 ‘생리대 미준비로 곤란한 경험을 한 적이있다’고 답했다. ‘공중화장실에 생리대 자판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1.5%에 달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 뉴욕시는 2016년부터 뉴욕 내 800여개 공립 중·고등학교에 무료 탐폰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했으며, 올해 뉴욕주의회에서는 정부 기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등 공중화장실에 생리대를 비치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호주 시드니시에서도 시 공공시설에서 생리대를 무료로 제공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상상황이 아닌 사람도 마구잡이로 생리대를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시민은 “해당 시설을 아는 사람들만 이용하고, 설치장소 근처 사람들이 주로 혜택을 보게돼 여러모로 불공평하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악용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할것”이라며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분배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는 글을 남겼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판기 형식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의견에 대해 “공공화장실의 휴지를 가방에 넣어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공공화장실에서 휴지를 없애는 결정을 하는 것이 맞냐”, “모든 여성들에게 생리대를 그냥 주자는 정책이 아니다. 비상 상황시 최소한의 대비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정책”이라는 반론도 많았다.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생리대를 가져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의견도 다수 제시됐다.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되, 성인은 일정 비용을 지급해 사용하도록 하고 청소년은 청소년용 교통카드를 찍으면 무료로 지급하면 좋을 것 같다”, “따릉이처럼 로그인을 통해 사용하거나 신분증 인식 등의 본인 인증을 통하도록 하자”, “비상벨을 누르면 여성역무원이나 미화원이 가져다줄 수 있게 하자”는 의견 등이 나왔다. 이밖에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 생리대를 의약외품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전환해 판매가격이 인하되면 모든 여성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무료 비치된 생리대를 양심 없이 가져가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시는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온만큼 취합된 의견을 반영해 우선 청소년 관련 시설 위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미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늘푸른여성팀장은 “생리대 비치 사업을 하려면 관련 조례나 법령이 있어야한다”며 ”빠르면 10월 안에 법령 제·개정을 하고, 학교나 도서관, 청소년 시설에 우선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생리를 하게 돼 당황스러운 상황을 막자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문제로 다뤄야한다는 의견이 이전부터 제기됐다”며 “특히 청소년은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청소년 시설에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업 규모나 내용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결정할 계획이다. 원 팀장은 “처음 시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생리대가 얼만큼 필요한지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 시범 사업 이후에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찬성 의견도 굉장히 다양하다. 시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여러 사업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생리대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제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사업을 시행하고, 차후 문제가 발생하면 유료 전환 등의 차선책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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