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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20년 만의 종전…가족과 재회한 에티오피아 저널리스트

입력 : 2018-07-23 13:00:00 수정 : 2018-07-22 22: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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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가 20년에 걸친 전쟁을 끝내기로 하면서 18년 만에 두 딸과 아내를 만난 에티오피아의 저널리스트 아디살렘 핫구(58)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과거 아픔을 뒤로하고 이제는 밝은 미래만을 꿈꾼다면서 다시는 이전의 고통을 떠올리지 않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가 20년에 걸친 전쟁을 끝내기로 하면서 18년 만에 두 딸과 아내를 만난 에티오피아의 저널리스트 아디살렘 핫구(58·사진 왼쪽)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아디살렘의 아내 닛스랄 아브라하. 아프리카뉴스(africanews) 영상 캡처.


지난 22일(현지시간) 아프리카뉴스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의 저널리스트 아디살렘은 에티오피와 에디트레아의 전쟁이 발발하고 2년 후인 2000년 어느 날, 갑자기 두 딸과 아내가 사라지는 날벼락 같은 일을 당했다. 그의 아내 닛스랄 아브라하는 어떠한 말도 남기지 않았다.

며칠 후 이웃이 찾아와 아디살렘에게 그의 아내가 보내왔다며 쪽지 하나를 건넸다. 쪽지에는 두 딸 아즈메라, 다나이트와 함께 에리트레아로 간다는 닛스랄의 글이 적혔지만 어째서 남편을 떠나기로 했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아디살렘은 전쟁 발발로 인한 고통과 애국심 그리고 이웃들의 발걸음 등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휩쓸리면서 다시 만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 아내가 집을 떠난 것으로 추정했다.

편지 끝에는 “언젠가 다시 만나기로 해요”라는 인사가 적혔지만, 현실이 되기까지는 무려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전화도 할 수 없고 인터넷은 불가능한 데다가 오가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당했기 때문에 아내와 두 딸을 만나기 위한 아디살렘의 여러 시도는 처절함 그 자체였다. 그는 브로커를 통해 에디트레아로의 밀입국도 계획했지만, 의뢰에 큰돈이 들고 몰래 입국하는 과정에서 생명의 위험이 올 수도 있어서 아디살렘은 실행에도 옮기지 못한 채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나라가 종전선언으로 노선을 바꾸면서 아디살렘의 삶에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드리웠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지난달 개혁 성향의 신임 에티오피아 총리가 1998∼2000년의 국경 전쟁 이후 계속된 양국 간 긴장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조약을 전격 수용하면서 해빙을 맞았다.

지난 9일 아흐메드 총리와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20년 국경분쟁을 끝내는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으며, 아페웨르키 대통령이 닷새 후인 14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해 두 정상은 다음날인 15일 종전을 축하하는 음악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자리에서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양국의) 증오와 차별, 음모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앞선 18일 에디트레아 수도 아스마라로 날아가는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에서 아디살렘은 좀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이 비행기의 승객 대부분이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마음도 모두 아디살렘과 똑같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디살렘과 그의 딸 다나이트. 아프리카뉴스 영상 캡처.


만나기로 한 아스마라의 한 주택에서 두 딸과 아내를 본 아디살렘은 그들을 꼭 끌어안았다. 18년 만의 감격스러운 재회였다. 아디살렘의 눈에서는 터진 눈물이 좀처럼 그치질 않았다. 그는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 이럴 것”이라며 “외롭게 살았던 지난날은 어둠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토록 오랫동안 기다릴 줄은 몰랐다”고 지난 세월의 아픔을 드러냈다.

아디살렘의 딸 다나이트는 “아버지를 언젠가 만나게 되리라 믿어왔다”며 “지금은 이렇게 옆에 앉아계시지만 다시 사라지시는 건 아닐까 두렵다”고 말했다.

묻고 싶고 알아보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일단 아디살렘은 그런 궁금증은 모두 한 구석에 치워두기로 했다. 과거는 더 이상 중요치 않으며, 남은 시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가족들과 행복해야 한다는 기대에 부풀어서다. 다만, 양국이 종전을 선언했다지만 이들 가족이 함께 살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아디살렘은 “과거는 잊고 이제는 다 함께 행복하게 다가올 미래를 즐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에리트레아는 1952년 에티오피아에 합병된 뒤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독립을 선포했으나, 1998∼2000년 국경도시 바드메를 둘러싼 전쟁으로 양국에서 7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2000년 평화협정이 체결됐으나 분쟁은 계속 이어졌으며, 올해 4월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취임한 뒤 에리트레아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양국 갈등이 극적으로 풀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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