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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예술계 사랑방 ‘영흥식당’ 문 닫는다

입력 : 2018-07-22 21:12:19 수정 : 2018-07-22 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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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임병숙씨 지병 탓 31일 폐업/DJ 당선잔치 여는 등 30년 추억/단골들 “문 닫지 말라” 아쉬움 토로
오는 31일 폐업을 앞둔 영흥식당에서 주인 임병숙씨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영흥식당 제공
광주지역 예술인과 민주인사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영흥식당이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이 식당은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6년 2월 전남 해남 출신의 주인이 대흥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3년 뒤 임병숙(70·여)씨가 인수해 영흥식당으로 간판을 바꾸고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임씨는 당시 광주의 중심가인 옛 광주 동구청 앞 목 좋은 자리에 식당이 나왔다는 시누이의 말에 장사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도청·구청·금남로 직장인들을 상대로 낮에는 국밥 한 그릇을 1200원에 팔고 저녁에는 막걸리 한 통을 300원에 팔았다.

이 식당의 인기 메뉴는 연탄불에 익힌 전어구이다. 봄에는 황실이(황석어)를 튀기고 갑오징어를 손맛으로 무쳐 안주로 내놓은 게 일품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의 시인과 화가, 연극인 등의 단골이 됐다.

해마다 오월이면 민주인사들은 이 식당에서 토론하고 노래했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때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는 예술인과 민주인사들이 이 식당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밤을 새웠다. 2016년엔 광주 동구에서 진행한 ‘예술의 거리 이색공간 - 예술 동거’ 프로그램에 저명한 예술인들이 식당 내부를 그림 등으로 단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식당에서 번 돈으로 아들 둘을 키운 임씨는 최근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손발이 저린 지병 탓에 식당 운영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식당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문을 닫지 말라”는 눈물 섞인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한국수채화의 거장 강연균 화가는 “식당 안 벽에 그린 그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했다.

30여년 정든 식당을 문 닫는 소감을 묻는 말에 임씨는 “정말 추억이 많은 곳이다”며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잔치할 정도로 의미 있는 식당”이라고 말했다. 31일 영흥식당과 작별하기 위해 기타 치고 노래하는 작은 쫑파티를 하겠다는 단골들의 말에 임씨는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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