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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영업자 ‘퍼주기’는 병 주고 고약 바르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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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2 23:37:23 수정 : 2018-07-22 23: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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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빚 4800억원 탕감 등 추진 / 최저임금 인상 고통을 줄이려면 / 경총 등의 합리적 반론 경청해야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의 10년 이상 묵은 빚 4800억원을 탕감한다고 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과 금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0%대로 추가 인하하는 지원 대책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재정 투입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정부는 앞서 1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등 다각도 지원대책을 확정했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의 충격파를 덜기 위해서였다. 그 대책이 가시화하는 형국이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전국 소상공인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에 최저임금 파도까지 덮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카드 수수료만 해도 그렇다. 영세 가맹점은 현재 0.8%, 중소 가맹점은 1.3%의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지만 수수료 부담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여기에 다시 0.5%포인트 이상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방책은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적어도 이것을 두고 불만을 터뜨릴 우려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선의의 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수수료 인하부터 그렇다. 우대 수수료가 지금처럼 낮은 것은 2007년부터 정치·사회적 압력으로 9차례나 인하됐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시 낮추는 것은 설혹 예산 보조가 있다 해도 카드업계의 고통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카드업계의 3년물 자금 조달 금리가 2%를 훌쩍 넘는 것도 보이지 않는가. 결국 정부의 선심 정책은 영세 자영업자의 문제를 카드업계로까지 확산하는 고육지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자영업자 부채 탕감 또한 양날의 칼이다. 도덕적 해이로 번질 것이 자명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임시변통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치유할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87.9%에 달했다.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지난해 48만개가 새로 생기고 42만개 넘게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전국 568만명 자영업자들이 짊어진 부채가 549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현실이 이토록 가혹한 상황에서 ‘4800억원 규모의 부채’를 탕감하고 카드수수료를 반강제로 낮춰본들 박수갈채가 나올 까닭이 없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깔려 있는 법이다. 대한민국 현실이 꼭 그렇다. 최저임금 정책 실패를 엉뚱한 처방으로 땜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 결정에 대해 오늘 재심의를 요청한다고 한다. ‘2019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는 것이다. 경총은 고용부 장관이 20일 고시한 최저임금안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부진을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어제 설명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도 이의를 공식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이의부터 가슴에 새겨듣고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병 주고 고약 바르는 방식을 계속한다면 우리 경제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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