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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92㎞ 떨어진 흑산도. 물빛과 산빛이 푸르다 못해 검다고 해서 흑산(黑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외지인들에게는 알싸한 맛의 홍어 혹은 가수 이미자가 부른 가요 ‘흑산도 아가씨’ 정도로 기억되는 섬이다. 흑산도 홍어는 지금도 서해의 가장 진귀한 수산물 중 하나로 대접받는다. 흑산도 최고 전망대인 상라봉에는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 있고, 여객선이 닿는 예리항 부두의 확성기는 하루 종일 ‘흑산도 아가씨’를 구성지게 읊어대고 있다.

흑산도는 조선시대에 유배지로 악명이 높았다. 과거 돛단배로 육지에서 흑산도까지는 보름이 넘게 걸렸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형인 정약전은 천주교 포교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신유사옥에 연루돼 1801년 흑산도에 유배되었다.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15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자산어보’를 펴낸다. 면암 최익현 선생도 이곳에 유배당했다. 최익현은 1876년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궐문 앞에 도끼를 메고 ‘이 도끼로 내 목을 먼저 치라’고 상소를 올렸다가 이곳으로 쫓겨 왔다.

기암괴석이 비경을 이루는 흑산도는 각종 철새가 지나가는 길목이어서 인근 홍도와 함께 ‘철새의 낙원’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1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었다. 과거에는 홍도의 경유지 정도로 여겨졌으나 10여년 전 일주도로가 이어지며 독자적인 관광지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곳에 공항에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2009년부터 본격 추진된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흑산도에 길이 1160m, 폭 30m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사업. 50인승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소형 공항이다. 섬 주민들은 편하게 오가는 이동권을 주장하며, 육지에서 더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경제성 없는 사업으로 국립공원의 자연만 훼손될 것이라고 반대한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20개월 만에 ‘흑산공항 신설 관련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변경안’을 재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어떤 결론을 내려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음 회의가 예정된 9월에는 단안을 내릴 수 있을까.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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