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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적폐청산'·'정치중립'…키워드로 본 '문무일호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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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2 13:00:00 수정 : 2018-07-22 1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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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첫 검찰 수장, 오는 25일 취임 1주년… 2년 임기 반환점 돌아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첫 검찰 수장인 문무일(사진) 검찰총장이 오는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정권교체 후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비리를 겨냥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가 이미 대대적으로 시작한 시점에 검찰 지휘봉을 잡은 문 총장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적폐청산 수사를 이끌어 전직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적폐청산 수사 와중에 현직 검사들이 잇따라 구속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 검찰 내부의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며 검찰조직 총수로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정부가 일선 검사들의 반발 속에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입법화하는 과정은 청와대·법무부와 검찰조직 사이에 ‘낀’ 문 총장의 향후 입지를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 등 적폐청산 수사 진두지휘

22일 검찰에 따르면 제42대 검찰총장인 문 총장은 지난해 5월14일 전임자였던 김수남 전 총장이 물러나고 70여일 만에 검찰조직 총수에 올랐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임명됐다가 6개월 재직하고 단명한 김종빈 전 총장 이후 12년 만의 ‘호남 출신’ 총장이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가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금로 법무부 차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지휘부 인사를 사실상 다 해놓은 상황에서 뒤늦게 총장에 취임한 그를 두고 ‘과연 영(令)이 설까’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검찰 실세로 떠오른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문 총장의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검찰 관계자들이 많았다.

검찰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현 정부의 첫 검찰 수장답게 문 총장은 취임 직후 불필요한 격식과 의전의 파괴에 앞장섰다. 취임식부터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우선 아파트 경비원, 택배기사 등 일반 국민이 동영상을 통해 검찰에 바라는 것을 들려줬다. 문 총장은 다른 정부 부처 몇몇 장관처럼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 형태의 취임사로 눈길을 끌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을 때에는 어느 대만 학자가 쓴 한시에 빗대 검찰개혁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문 총장의 개혁은 그간 특수부·공안부 등 몇몇 인기 부서에 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일선 형사부를 강화하는 것으로 닻을 올렸다. 형사1부, 형사2부 하는 식으로 숫자만 붙은 단조로운 이름의 부서명부터 인권·명예훼손 전담부, 식품·위생 전담부 등 나름의 전문성이 가미된 명칭으로 고치도록 했다.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고소·고발사건을 처리하는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형사부 검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조치였다.

반면 정치권과 재계, 언론계 동향을 살피는 등 검찰조직의 안테나 역할을 해온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 조직에는 대대적인 수술을 가했다. 검찰이 정보경찰과 유사한 범정 같은 조직을 운영하며 범죄와 전혀 무관한 분야의 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온 관행이 결과적으로 검찰조직을 해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의 대표적 요직으로 꼽혀온 범정기획관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변경돼 수사 관련 정보만 수집하는 것으로 기능이 축소됐다.

문 총장 취임 전부터 적폐청산 수사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수사지휘권자인 문 총장은 중앙지검의 주요 적폐청산 수사가 검찰 외부에 ‘정치보복’처럼 비치거나 일정한 방향성을 잃고 일탈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총장으로서 거둔 최대 성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 등 새로운 혐의를 밝혀내 뇌물수수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한 것이다. 이로써 문 총장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김기수 전 총장,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김수남 전 총장과 더불어 ‘전직 대통령 형사처벌’의 위업을 이룬 레전드 총장의 반열에 올랐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25일 대검찰청 취임식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활용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검사 구속, 미투 폭로, 수사팀 항명… 격랑과 혼돈의 1년

적폐청산 수사가 마냥 순탄하게만 굴러간 것은 아니었다. 문재인정권과 검찰은 적폐청산이라는 공동의 대의 아래 잠시 힘을 합친 것일 뿐 청와대는 여전히 검찰을 ‘불신’했고 철저히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급기야 검찰조직 자체가 적폐청산 대상에 올라 검사가 동료 검사들을 수사하고 검찰이 다른 검찰청을 압수수색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사건을 수사한 중앙지검 수사팀은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과 나란히 구속 위기에 내몰렸던 검찰 간부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검찰은 물론 국민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문 총장은 후배 검사의 빈소를 직접 찾아 침통한 표정으로 유족을 위로하고 동요하는 일선 검사들을 다독여야 했다.

올 초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나도당했다) 폭로를 계기로 출범한 검찰 성추행 조사단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김모 전 부장검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 외에 각종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검사도 여럿이다. 정권 출범 후 1년도 안돼 현직 검사 3명이 검찰에 구속된 것은 검찰조직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투의 파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나 했더니 이번엔 채용비리 수사를 둘러싼 일선 수사팀의 ‘항명’이 검찰조직을 또 한 번 거세게 뒤흔들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들과 전직 검찰 고위간부의 부당한 압력 행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 문 총장은 ‘강골검사’로 불리는 양부남 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수사단을 발족시켜 3차 수사를 맡기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서울북부지검에 사무실을 차린 수사단에는 “총장한테도 보고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문 총장의 특명이 떨어졌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지난 5월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현 검찰총장 역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문 총장과 수사단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실이 지난 5월15일 아주 ‘기묘한’ 방식으로 검찰조직 바깥에 알려졌다. 안미현 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3차 수사 과정에서도 검찰 지휘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수사단마저 검찰 지휘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듯한 항명성 보도자료를 냈다. 수사단은 “애초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문 총장이 5월1일부터 지휘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며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문 총장이 이를 보류시켰다”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 외부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른바 ‘전문자문단’이 꾸려져 5월18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기록을 전부 재검토한 끝에 ‘수사단 의견이 틀렸고 총장 지휘가 옳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이후 이 사건을 둘러싼 검찰 지휘부와 수사단 간의 갈등은 외견상 봉합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으나 문 총장은 이미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를 입은 뒤였다.
◆지방선거 이은 계엄 수사로 '정치적 중립성' 시험대 올라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난 6·13 지방선거 관련 선거사범 수사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경우 검찰이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가급적 봐주고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다소 애매한 사안까지 재판에 넘겼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5월 정권교체 직후 선거사범 수사 책임자였던 정점식 당시 대검 공안부장이 ‘정치적 사안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검사’로 지목돼 한직으로 좌천되기 전 자진사퇴하는 볼썽사나운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지방선거는 당선한 현직 도지사·시장과 군수 여려 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오는 12월12일까지다.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 “총장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지키는 든든한 반석이 되고 버팀목이 되겠다”고 강조한 문 총장의 의지가 과연 얼마나 관철될지 주목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러 차례의 3자회동 끝에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을 마련해 내놓았다.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를 사실상 없애고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으려면 검찰의 수사지휘가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거센 것이 현실이다. 향후 수사권 조정 정부안을 반영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경 갈등이 극에 달할 수 있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 논의 과정에서 ‘검찰 패싱’, ‘문무일 패싱’ 등 용어가 나올 만큼 철저히 소외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스스로가 개혁 대상인데 개혁안 논의 과정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여권 일각은 ‘문 총장이 개혁에 소극적이고 검찰 기득권에 집착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곱지만은 않다. 이를 반영한 듯 한때 문 총장이 임기(2년)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할 것이란 소문이 정가와 법조계에서 급속히 확산하기도 했다.

최근 청와대가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문건도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건이 작성된 시점의 군 지휘부인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이 지금은 모두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검찰로선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연루된 12·12 쿠데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건 수사 이후 거의 23년 만에 군사반란, 내란 등 혐의를 수사하게 되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 정권은 한 손으로는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다른 손으로는 검찰을 동원한 적폐청산 수사에 ‘올인’하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문 총장이 직면한 현실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보다 더 엄혹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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