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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의 전사] 편견을 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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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2 08:00:00 수정 : 2018-07-21 2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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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이수진 '야놀자' 대표
#. 지난해 11월 28일 청와대 영빈관.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정·청·위원회 인사 80여 명과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정부 핵심 인사들이 모여 ‘왜 지금 혁신성장인가?’라는 화두를 놓고 대화한 뜻깊은 자리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회의에서 혁신성장의 의미와 방향, 과제 등을 설명했다. 스토리텔링의 달인답게 감각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혁신을 ‘캥거루 출발법’에 빗대 소개했다. 캥거루 출발법은 단거리 육상 경기의 크라우치 스타트(crouch start)를 말한다. 모양새가 캥거루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1896년 미국의 토머스 버크(Thomas Burke)가 이 자세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에는 선 채로 뛰는 스탠딩 스타트가 대세였다. 당시에 우스꽝스럽고 낯선 길을 택한 버크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던 셈이다. 김 부총리는 “이런 게 혁신”이라고 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전설’인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Sonja Henie)는 1927년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할 때 당시 관행이던 검은색 스케이트와 긴 치마 대신 하얀 스케이트를 신고 미니 스커트를 입었다. 발의 움직임이 편해지면서 발레 동작까지 접목할 수 있게 돼 피겨스케이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관행을 벗어던진 그의 선택은 세계 선수권 10회 연속 우승, 올림픽 3연패로 이어졌다. 올 초 세종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무조정실 등 6개 부처 업무보고. 김 부총리가 6개 부처 장·차관과 함께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이라는 주제로 업무보고를 했다. 김 부총리는 ‘하얀 스케이트’식 혁신을 통해 3%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3만2000달러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 할 길’인 혁신성장을 해야만 우리 경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68년 10월20일 멕시코올림픽 메인경기장. 미국의 높이뛰기 선수 딕 포스베리(Dick Fosbury)가 막대를 향해 뛰어올랐다. 그를 지켜보던 관중은 와우하는 환성과 함께 낯선 장면에 고개를 갸웃했다. 숨을 고른 후 힘차게 도움닫기를 하더니 바를 향해 몸을 앞으로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뒤로 돌아누웠다. 이른바 ‘배면뛰기’가 수많은 관중 앞에서 첫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당시엔 모두 옆으로 막대를 넘는 ‘가위 뛰기’를 했다. 결과는 대성공. 포스베리는 이 기술로 올림픽 신기록(2m24cm)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면뛰기는 이후 많은 선수들이 따라하면서 지금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대세로 자리 잡았다. 육상에서는 ‘포스베리 플랍(Fosbury Flop)’으로 불린다. 2011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방한한 포스베리는 “16살 때부터 코치에게 수업을 받았지만 기록에 한계가 있어서 다른 방법(포스베리 플랍)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도전 과제에 직면한 한국경제는 지금 버크·헤니·포스베리처럼 새 길에 뛰어들 용기있는 혁신전사가 절실하다. 세계일보는 이에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현장에서 혁신적 성과를 내거나 혁신의 칼을 벼리는 이들을 찾아가는 기사를 연재한다.


(2회) 편견을 부수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낯선 길에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때로는 조롱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버크와 헤니, 포스베리도 경쟁자들의 비아냥을 사는 고통을 견뎌낸 끝에 영광을 맛봤다. 한국 벤처·스타트업 업계 대표 주자로 성장한 숙박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Online to Offline)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가 딱 그렇다.

숙박앱은 사업 초기 ‘모텔=러브호텔’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뚫어야 했다. 지금은 성공 신화로 추켜 세우지만 모텔 청소부 출신이라는 변변치 않은 그의 스펙도 당시엔 넘기 힘든 벽이었다. 텃새가 심하고, 변화에 더딘 중소형 숙박업계에 ‘앱’이라는 신기술을 이식하는 것도 버겁긴 마찬가지였다. 그가 일궈야할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발상과 인식의 전환이었다.

야놀자에 따르면 충남 충주가 고향인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서울로 올라와

모텔 청소부로 이 분야 일을 시작했다. 사업자 길을 걷게 된 것은 2002년 우연히 다음 카페 ‘모텔이야기’를 만들면서부터다. 당시 모텔 지배인, 모텔 용품 납품업자 등 회원 1만명이 모여 2005년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시작했다. 연매출 6000만 원을 올렸지만 지출이 1억5000만원 적자였다고 한다. 사업을 접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모텔투어’라는 다음 카페를 인수했다. 1만명이던 카페 회원은 1년6개월 만에 30만명으로 늘었다. 그 카페를 토대로 2007년 시작한 것이 지금의 야놀자 전신인 야놀자닷컴이었다.

순탄치는 않았다. 우선 야놀자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모텔이 불륜 온상지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지금의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도 이 대표의 사업을 반대했지만 사람들이 숙박시설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로 버텼다고 한다.

여기에 당시 시장 환경도 공급자인 업주들은 방문해 바로 숙박하는 ‘워크인 고객’을 선호했고 성수기에는 객실을 열어 주지 않았다. 이에 반해 객실 손님인 수요자는 성수기에 객실을 예약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그러나 웹 대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나아졌다. 2010년 이후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국내에 정착되면서 업계 최초로 당일 예약 시스템을 오픈할 수 있었다. 업계 최초로 중소형 숙박 시설에 도입한 당일 예약과 미리 예약, 연박 등 ‘예약 시스템’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 업계 표준이 됐다.

물론 모텔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로부터 국내 O2O 업체로는 사상 최대 금액인 600억 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투자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모텔 등 중소형 호텔에 대한 국내 인식이 아직 부정적이라 투자자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88올림픽 전후로 숙박시설이 많이 생겨 공급 과잉이 돼 운영 형태가 일반적인 숙박이 아닌 쪽으로 흘렀다”며 “그렇게 공급하고 이용한 기성세대의 잘못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한층 공을 들이는 것도 고객들의 인식 전환이다. 2014년 야놀자를 이용하지 않은 비이용자들의 인식까지도 긍정적으로 전환하자는 ‘리스타트’를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형 숙박 시설에 당일예약, 미리예약, 연박 등 ‘예약 시스템’, 최저가 보상제, 럭키박스, 야놀자 TV 등을 도입했다. IoT, VR 등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경험담을 담아 ‘리스타트(RE:Start)를 출간하기도 했다. 
혁신적 도전은 지속하고 있다.

야놀자는 올 초 숙박업 종사자와 운영자, 그리고 예비 창업주를 위한 사이트를 개설했다. 숙박업 종합 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야놀자 좋은숙박연구소’(www.yanoljalab.com)다. 숙박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와 예비 창업주들을 위한 B2B 사이트다.

지난 3월에는 신규 호텔 브랜드 ‘헤이’(heyy)를 공개했다. 헤이는 여행 산업이 개인의 개성과 요구에 맞춘 자유여행 트렌드로 변화하면서, 지역 특징 및 여행자의 성향에 맞춰 탄생했다. 기존 호텔체인 브랜드들과 달리, 각 지역별 핵심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로, 최적화된 숙박 경험을 제공한다.

야놀자는 지금까지 국내 스타트업 역대 최고 금액인 총 1510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6월에는 호텔나우와 레저큐를 잇달아 인수했다. 디지털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야놀자가 인수한 호텔나우는 ‘가자고’와의 시스템 연동을 통해 국내 숙박 앱 최초로 레저·액티비티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잖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여서 실속이 없다. 지난해 매출은 1005억원으로 전년보다 47% 늘었다. 그렇지만 영업손실도 110억원으로 전년의 35억원에 비해 214.3%나 증가했다. 후발주자인 여기어때와의 과열 경쟁으로 부정적인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천종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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