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올여름 수요 예측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한 부분이다. 이 계획은 ‘탈원전’을 뒷받침하는 장·단기 수요 예측과 발전시설 건설 계획을 담고 있다. 7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마당에 엉터리 예측을 근거로 탈원전을 주장하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수요 예측이 빗나간 것은 탈원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억지로 수요를 꿰맞춘 정황이 짙다. 성장률 연평균 2.5%를 전제로 한 것부터 그렇다. 당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전력수요가 늘 것”이라는 반론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신규 원전 4기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것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그제 원전 2기를 추가 가동하기로 했다. 1기는 오늘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2016년 평균 80%에 달했던 원전 가동률도 지난 3월 54.8%로 낮췄지만 6월에는 67.8%로 높였다. 이런 주먹구구식 정책도 드물다. 멀쩡한 원전을 세워 가동률을 낮춘 것은 전력수급을 자신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원전을 재가동하고, 가동률을 높이고 있으니 탈원전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잘 말해준다.
한전에는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값싼 원전 대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유연탄을 쓰는 화력발전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올 1분기에 각각 1200억원대 적자를 낸 데 이어 2분기엔 적자 규모가 5000억원대로 늘어난다고 한다. 적자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전을 폐기하고 태양광 시설을 짓느라 환경이 파괴되는 부작용도 전국 곳곳에서 나타난다.
정부는 엉터리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다시 짜야 한다. 대책 없는 탈원전 질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