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족에게 장례를 빨리 치르자는 말만 하고 있다. 유족들 사이에선 “세월호 때와 이리 다를 수 있느냐” “우리도 장례를 치르고 싶지만 그러면 정부가 이 사건을 묻을까봐 그럴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가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장병들의 고귀한 넋과 유족들의 슬픔을 망각하지 않고선 이럴 수 없을 것이다. 국방부마저 나라에 헌신한 군인들을 예우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기리고 기억하겠는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9년 10월 새벽 4시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나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미군 유해를 거수경례로 맞았다. 우리는 연평해전, 천안함 피폭에서 보듯 국가 희생자를 기리는 일을 놓고도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가유공자의 진정한 예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마린온 사고의 유족들은 과연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까.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군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수리온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사고가 난 마린온은 수리온을 기반으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로 개조한 모델이다. 현재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수리온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해병대원 5명이 사망했음에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순직 장병과 유가족에 대한 언급 없이 육군 헬기 수리온을 “세계 최고 수준의 헬기”라고 홍보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무기 수출보다 사고 재발 방지와 안전이 우선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존중을 받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지금 그 원칙을 스스로 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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