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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제2의 '라바' 위한 첫 걸음…'두근두근' 품평회

입력 : 2018-07-21 08:00:00 수정 : 2018-07-20 16: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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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실제 인형 제품은 애니메이션에서 본 캐릭터의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는 거죠?”(평가단 A씨)

“생산업체에 물어보니 화면에 나오는 대로 하면 제품이 망가진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게 낫다고 하더군요. 인형 제품은 수정 중이고, 재질도 더 좋은 것으로 찾으려고 합니다.”(발표자 B씨)

“일상적인 내용은 별로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군요.”(평가단 C씨)

“디자인의 선 굵기가 캐릭터마다 다른 것 같은데요.”(평가단 D씨)


지난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8’이 열리는 가운데 첫날인 18일, 코엑스의 작은 회의실에서는 신규 콘텐츠 런칭을 앞둔 우리나라 캐릭터 창작자 11명이 완구 관계자를 비롯한 업계 전문가와 파워블로거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전문 평가단과 대면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는 연평균 7%가량 성장해 지난해 11조5670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2조여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10여년 만에 6배 가까이 성장한 거다. 장난감 시장에 불과했던 캐릭터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자금력을 확보한 기업 외에 1인이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언젠가 포화상태에 이를 거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시장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수 캐릭터 콘텐츠 시장성과 기능, 디자인 등에 대해 평가단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품평회에 참여하려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트업이나 이미 시장에 진출했지만 영향력이 비교적 작은 업체들이 일종의 ‘오디션’을 보는 자리로, 대중의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어서 품평회에 나오려는 업체들이 많다고 캐릭터 페어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 중 ‘선착순’을 비롯한 여러 요인을 고려해 발표자를 선발하며, 평가단은 개인이 운영 중인 블로그의 이웃 수와 그동안의 ‘페어’ 관련 게시물 등을 모두 고려해 선정한다. 품평회가 끝나고 평가단이 제출한 평가서는 모두 발표자에게 전달된다.

7분간 발표 후 3분의 Q&A 시간으로 구성됐으나, 의견 교환 시간이 길어지고 질문이 쇄도하면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2시간 반만에야 품평회가 종료될 정도로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는 지난 18일 개막해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매년 12만명 규모의 관람객과 국내외 270여개 기업이 함께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문화 콘텐츠 라이선싱 쇼다.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8'를 찾은 관객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날 발표자로 나선 E씨는 ‘건강’을 주제로 인형과 기존에 시장에 내놓았던 캐릭터 제품 외에 유아용품 출시 계획을 밝혀 엄마 블로거들의 호응을 얻었다.

나중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면서 향후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해 수익 일부를 가난한 나라의 이들이 한 끼 식사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작가로 활동한다고 밝힌 발표자 F씨는 자신이 디자인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1편당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으나, 웃음 포인트를 집어내 평가단에게서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

F씨는 “우수한 제품을 만든 뒤, 캐릭터로 사업 분야를 넓힐 생각”이라며 “1인 스타트업이어서 작업 역량도 키워야 하고, 무엇보다 자금이 없다 보니 어떤 전략을 세우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평가단 일부가 “영상이 워낙 짧아 한 편만 보고서는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중의 입장에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개선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식품업계와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밀가루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밝혀 평가단에게 웃음을 안긴 발표자 G씨는 “카카오프렌즈를 모델로 삼고 있다”며 “캐릭터마다 맞는 스토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작권 등록도 마쳤다”며 “일부 투자확약서도 받았고, 벤처 지원 대상으로도 선정됐다”고 꿈을 펼쳐나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평가단 지적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남녀 캐릭터를 구분한 것은 괜찮으나, 여성 캐릭터명이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고 했으며, 건강한 이미지로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다는 따뜻한 조언을 G씨에게 건넸다.

또 다른 발표자는 어쩐지 평가단과 안면이 있는 듯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품평회에서 평가단을 만난 적 있으며, 당시 피드백을 대폭 반영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고 조만간 또 다른 캐릭터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발표자에게 박수치는 평가단은 자녀의 성공을 본 부모와 비슷했다.

이 외에도 많은 발표자들이 애니메이션과 실생활 제품 그리고 도서 등으로 확장 가능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좋은 반응만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발표자들은 평가단의 지적을 성장에 도움 되는 영양분으로 삼고자 달게 받아들였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는 지난 18일 개막해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매년 12만명 규모의 관람객과 국내외 270여개 기업이 함께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문화 콘텐츠 라이선싱 쇼다. 사진은 로보카폴리 공연에 집중한 어린이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한편 평가위원으로 참석한 어느 파워블로거는 “아이를 둔 부모로서 여러 캐릭터 완구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레 품평회에 나오게 됐다”며 “올해 처음 나온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쓰는 제품이라서 안전성도 신경 쓰게 되더라”며 “예전에 본 업체가 성장해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하면 뿌듯해진다”고 덧붙였다.

발표자 E씨는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대본을 여러 번 살폈다.

긴장되냐는 질문에 “그렇게 물어보니 어째 떨리는 것 같다”고 농담 섞어 여유롭게 답한 그는 다른 발표자들의 캐릭터가 화면에 비칠 때마다 눈길을 떼지 못했다.

과연 이 중에서 ‘제2의 라바’ ‘제2의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가 나올지 더욱 궁금해진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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