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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장 민긍호 후손” 자부심…카자흐 피겨 영웅 데니스 텐, 피습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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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9 23:53:51 수정 : 2018-07-20 0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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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팅 영웅 데니스 텐(25)이 괴한에 피습돼 사망했다. 텐은 구한말 의병장으로 활약한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선수다.

카진포름 등 카자흐스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텐은 수도 알마티에서 19일(현지시간) 오후 3시쯤 괴한에게 공격을 당했다.

아구르탄벡 무하메디울리 카자흐스탄 문화체육부 장관은 텐이 쿠르만가지-바이세이토바 거리에서 자신의 승용차 백미러를 훔치려는 범인 두 명과 난투극을 벌이다 흉기에 찔렸다고 밝혔다. 텐은 피습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갈비뼈 부근에 치명상을 입어 끝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텐과 난투극을 벌인 범인 2명을 수배 중이며, 칼무한벳 카시모프 내무부 장관과 엘잔 비르타노프 보건부 장관이 이 사건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텐은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 김 알렉산드라의 손자다. 그의 성씨 텐은 한국의 정 씨를 러시아어에서 쓰는 키릴 문자로 표기한 것이다. 고려인인 그는 항상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선수 이력에 자신을 ‘한국 민긍호 장군의 후손’이라고 표기했고, 한국 역사책을 읽으며 공부하기도 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스타 반열에 오른 뒤에도 한국을 잊지 않았다.

김연아와도 절친한 그는 2014년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올해까지 4년간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오른발 인대를 다치는 불운에 시달렸지만 통증을 참고 출전을 강행했다. 텐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앞서 “한국인의 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고조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부상 탓에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경기 후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텐은 카자흐스탄의 ‘피겨 영웅’이었다.

다섯살 때 피겨스케이팅 불모지 카자흐스탄에서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했다. 주변에 실내 아이스링크가 없어 야외에서 훈련하는 등 환경은 열악했다.

이후 쇼핑몰에 있는 작은 링크를 전전하며 기량을 키웠고 열 살 때 러시아로 떠나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했다.

기량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그는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가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됐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반 라이사첵의 지도자인 프랭크 캐롤코치에게 지도를 받으며 세계적 수준에 접근했다.

2013년엔 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카자흐스탄 사상 첫 메이저 국제대회 피겨 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텐은 유독 한국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2015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에선 역대 남자 싱글 선수 중 세 번째로 높은 289.46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텐의 개인 최고점으로 남았다.

그러나 텐은 평창올림픽이 열린 해에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다빈, 이준형 등 한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텐의 사망소식에 “믿을 수 없다”며 애도했고,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스포츠계 인사들도 하나같이 충격과 애도를 표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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