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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초동 부실 대처가 키운 참사… “국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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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9 18:51:48 수정 : 2018-07-19 23: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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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세월호 희생자에 위자료 2억 지급” 판결 / 참사 4년여 만에 국가 배상 인정 / “해경, 승객 퇴선조치 제대로 안해” / ‘현장 지휘관 책임’으로 한정해 대형재난 국가책임 범위 논란 / 유족 “구체적잘못 명시안돼” 항소 세월호 사고는 재난현장 책임자 한 명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당시 구조에 나선 해경 경비정 정장의 판단 잘못이 구조의 골든타임을 허비해 수많은 목숨을 잃었다. 한 공무원의 미숙한 대응은 고스란히 국가의 배상책임으로 돌아왔다.

감정 북받치는 세월호 유족들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회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한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발생 4년여 만에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판사 이상현)는 19일 전명선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유족 355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희생자의 친부모에게는 각 4000만원, 형제자매와 조부모 등에게도 각 500만∼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희생자 1인당 평균 6억~7억원대 배상이 이뤄지게 된다. 총액은 723억원가량이다.

재판부가 국가 책임을 인정한 근거는 해경의 미흡한 초동대처다. 목포해양경찰서 경비정 123정의 김모 정장은 사고 당일 현장에 출동해 신속하게 수색과 인명구조에 나설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김 정장은 세월호와 교신해 상황을 파악하고 승객 퇴선을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는 구조업무를 맡은 해양경찰관으로서 업무상 주의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6월 25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미수습자 5명을 찾는 수색이 재개돼 크레인이 작업하고 있다. 바로 선 세월호에서 미수습자 흔적을 찾는 수색은 앞으로 두 달간 이어진다.
연합뉴스
사고 당시부터 국가의 책임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지만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세월호 유족 측은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의 관제실패, 해경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 지휘, 항공구조사들의 선내 미진입행위,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의 미작동도 공직자의 직무상 위법 행위이므로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따지지 않은 채 참사 당일 오전 청와대 집무실 대신 관저에 머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책임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장에서 발생한 지휘관의 명백한 주의 의무 위반만을 국가 책임으로 돌렸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이미 형사사건으로 유죄확정된 김 정장을 거론한 건 국가 책임이 ‘현장 지휘관의 판단 잘못’에 따른 것으로 한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 및 유족들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울먹이고 있다.
유경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유족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던 중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재판 결과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등 다른 대형사고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생명을 명백히 구할 수 있었는데도 책임을 소홀히 했거나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실수가 없다면 같은 판결이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1987년 6월 경남 거제군 해상을 지나던 유람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36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극동호 사고의 경우 1993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이는 정부의 안전검사 부실이 근거가 됐다.

유족은 국가 책임을 제한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우리가 원한 것은 도대체 국가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항소심은 지금보다 더 큰 책임을 국가에 묻는 재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유섭·배민영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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