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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국민의 '충실한 집사'가 될 수 있을까

입력 : 2018-07-19 21:14:50 수정 : 2018-07-19 21: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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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외풍' 차단이 관건 /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성공 / 수탁자책임전문위 신설·운영 / 정부 배제 민간전문가로 구성 / 중요 의결권·주주활동 등 결정 / 기금운용 책임·투명성 더 강화
국민연금은 주총장의 ‘덩치 큰 거수기’였다. 국민 노후자금을 투자하고도 해당 기업의 횡령·배임 등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권 입맛대로 휘둘리기도 했다. 2015년 합병비율 논란 속에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 행사 과정이 그랬다. 청와대 ‘오더’를 받고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주인에 대한 배신이었다. 거수기를 하든, 정권에 휘둘리든 기금 주인인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정치·경제권력이라는 ‘외풍’으로부터 국민연금을 보호하고 기금운용의 독립성·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그 결과물이다. 국민이 맡긴 ‘노후자금’을 ‘충실한 집사’처럼 국민의 편에서 최선을 다해서 운용하라는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수급권자(국민) 이익과 정부 이익이 부닥칠 때 무조건 수급권자 이익을 우선하는 것, 이게 스튜어드십 코드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성패는 결국 ‘독립성’에 달렸다는 얘기다.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전문위)를 신설토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원 9명이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것으로, 주주권행사·책임투자 2개 분과 총 14명으로 구성되는데 가입자 대표가 추천하는 민간전문가로 구성할 뿐 정부 인사는 배제한다. 그렇게 구성한 전문위를 중심으로 중요 의결권을 결정하고 주요 주주활동을 승인·점검토록 함으로써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녹취록 수준의 회의록도 남긴다. 

이 정도만으로도 과거에 비해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상당히 강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완전한 독립성을 전망하는 건 섣부르다. 형식만으로 정부나 정치·경제권력의 입김이 저절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형식은 실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허울이 되기 십상이다.

형식에서 ‘외풍’이 스며들 통로도 엿보인다. 전문위에 정부 인사를 배제한다지만 원활한 운영을 위해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간사 역할을 한다. 전문위원 위촉도 기금운용위원장이 하는데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독립성을 위해 수탁자책임전문위를 만든다지만 그게 독립성이 있을 거라 보지 않는다. 결국 위원을 선정하는 건 정부”라고 말했다. 진보성향 경제학자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정부가 얼마든지 입김을 넣을 수 있다”고,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독립성이 지켜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전무는 “연금의 가장 큰 목적은 수익률을 높여서 국민의 노후자금을 대는 것”이라며 “기금 운용에 있어서 공익성, 공공성은 주식 투자에 한해서는 지워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성, 투명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전무는 “(의결권 결정 등을) 외부에 맡기되 확실히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가장 좋은 건 소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입자들이 수탁자책임전문위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어야 책임성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되려면 독립성, 정보력, 동기부여, 권한이 필요한데 독립성은 외국 연기금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고 정보력도 과연 전문적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동기부여도 여론에 떠밀려서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고, 권한도 뚜렷하지 않다. 수탁자전문위를 보면 옥상옥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정치행위가 아니라 투자행위”라고 강조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조병욱·이현미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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