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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만원 받고 누가 식당일 하느냐"…일자리안정자금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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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8 06:00:00 수정 : 2018-07-17 19: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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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최저임금인상 파장①] 일자리안정자금 “최저임금인상 대책이 ‘일자리안정자금’이라고요?”

서울 종로구에서 30년째 한정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6)씨는 17일 “일자리안정자금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정부가 지난해 최저임금인상 대책이라며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일자리안정자금` 홍보 포스터. 사진=안승진 기자
김씨는 현재 정직원 3명, 아르바이트 1명과 함께 소규모 한정식집을 운영한다. 4명의 직원 중 일자리안정자금 적용대상은 고작 1명에 불과했다.

김씨는 “식당일은 인건비가 세고 직원들 나이도 있어서 4대 보험을 기피한다”며 “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오래 일해 뛰어난 사람은 거기에 맞게 줘야하는데 모두 똑같이 주라고 하면 자영업자가 어떻게 사느냐”고 토로했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제도로 등장한 ‘일자리안정자금’이 실제로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 인상에 따라 한시적인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등장한 일자리안정자금은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이 예고되면서 기간 연장이 유력하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해당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하고 월 보수가 190만원 미만(생산직, 경비, 식음료업 종사자는 210만원 미만), 사업장 근로자 30인 미만이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가입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고 올해 기준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이란 지원금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월보수 210만원에 누가 식당일 합니까?”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기준은 지난 2월 ‘근로자 1인당 월보수 190만원 미만’에서 생산직, 청소·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조리·음식 서비스직, 매장 판매직, 기타 단순노무직 등에 한해 ‘210만원 미만’으로 확대됐다.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가 적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하지만 연장·야간·휴일 근무가 잦은 음식점 종사자들의 경우 대부분 월급이 2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한다. 일자리안정자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음식점 직원 7명 중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직원은 한달 24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음식점 특성상 직원들은 아침 영업 준비부터 저녁마감까지 장시간 업무를 해야 해 임금이 적을 수 없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야간, 휴일 근로는 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직원들은 연차에 따라 다른 임금을 받는다. 신입직원의 경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할 수 있지만 오래 일한 직원들은 그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는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이유로 임금을 월 210만원으로 일괄적으로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씨는 “주변 업장에서는 월급을 210만원에 맞춰 신고하는 식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편의점을 찾아 사업주에게 최저임금 준수 및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 4대보험 기피하는 근로자들

이씨는 직원을 고용할 때면 채용사이트에 ‘4대보험 보장’이 아닌 ‘4대보험 가능’이란 문구를 넣는다고 한다. 음식점이 4대보험을 보장한다고 명시하면 지원자가 없어서다. 이씨는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대부분 형편이 좋지 못하다”며 “이들은 자녀의 국가장학금을 위해, 신용불량자라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유지하기 위해 등의 이유로 4대보험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선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지만 근로자를 4대보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 부문도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액보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4대보험 부담금이 더 커 결국 신청을 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일자리안정자금은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한다. 반면 4대보험 부담금은 일자리안정자금의 기준인 월 210만원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사업주는 11만9000원, 근로자는 9만4000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즉 13만원의 지원금이 사업주, 근로자가 부담하는 총금액 21만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유인이 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식업계 고용보험 미가입률은 50.2%에 달했다. 산재보험 미가입률은 50.6%, 국민연금 36.1%, 건강보험 33.6%로 외식업 근로자의 전체적인 4대 보험 미가입률이 낮았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대상을 236만명으로 측정했지만 실제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년간 국민연금 가입이력이 없는 신규가입자에 대해서 사업장 규모에 따라 최대 90%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는 유인책을 내놨지만 이직이 잦은 근로특성상 한계를 지적받고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월 서울 신촌동주민센터에서 직접 일자리안정자금 접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부 “영세사업장까지 못미쳐” 인정...김동연 “기간 연장하지만 확대는 없어”

정부로선 일자리안정자금을 ‘최저임금 해결사’라며 내세우면서도 적용 대상을 무작정 확대하기는 부담이다. 민간사업장의 최저임금상승분을 세금으로 메운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16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일자리안정자금이라는 지원책은 마련했지만 아주 영세한 사업장까지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스스로 문제가 적지 않음을 자인한 뒤 “일자리안정자금을 잘 집행하고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한도를 초과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라며 “재정을 통해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도 “내년도 일자리안정자금은 3조원 한도 범위”라고 못박은 바 있다. 즉 자금 규모 확대보다 올해 수준(2조9294억원)에 그칠 것이 유력하다. 다만 최저임금 상승분에 따라 월 보수 상한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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