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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변방의 반란… 절대 강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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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7 21:02:06 수정 : 2018-07-17 17: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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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을 말하다] ① 깨진 슈퍼맨 공식 / 인구 400만 소국 크로아티아 결승행…패하고도 주장 모드리치 골든볼 수상 / 랭킹 70위 개최국 러시아 8강에 올라…체리셰프 필두로 왕성한 활동력 자랑 / 세계 1위 독일 잡은 한국에 세계 놀라 / 日·이란·아이슬란드도 팀플레이 빛나 / 수비 뒤 역습·세트피스로 승부 노려…약팀의 치열한 생존법 제대로 보여줘
최근 유튜브에서는 ‘크로아티아 소방관들(Professional Croatian Firefighters)’이란 제목의 영상이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대기실에 모인 소방관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 러시아와의 8강 승부차기를 숨죽이고 지켜봤다. 팽팽한 긴장감도 잠시, 비상벨이 울리자마자 브라운관에서 시선을 거두고 일사불란하게 출동 채비를 갖추는 모습은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환희의 순간을 뒤로하고 불구덩이에서 본분을 다했던 그들의 마음이 닿았을까. 인구 400만명의 소국(小國) 크로아티아는 사상 첫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작은 나라 큰 꿈’이라는 슬로건을 보란 듯이 이뤄냈다.

축제는 끝났지만 월드컵이 남긴 여운은 식을 줄 모른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기적을 만들어 낸 크로아티아처럼 변방의 ‘반란’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등 축구강국 선수가 독식하던 골든볼(MVP)을 크로아티아 주장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가 가져간 건 ‘절대 강자’가 사라진 세계 축구판을 대변한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현대 축구의 수비 전술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결국 약팀이라도 역습이나 세트피스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공산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4강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마리오 만주키치(크로아티아)
16강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러시아 선수단의 모습.
이번 대회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짜릿한 명승부를 선사해 족적을 남긴 팀들은 어디일까. 걸출한 골잡이 데니스 체리셰프(28·비야레알)를 배출한 개최국 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는 대회 직전 매긴 FIFA랭킹에서 ‘꼴찌(70위)’로 초장부터 망신살이 뻗쳤다. 엔트리 23명 중 21명을 국내파로 채워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나 4골을 폭발시킨 미드필더 체리셰프를 필두로 ‘도핑 의혹’이 제기될 만큼 왕성한 활동량을 과시하며 일약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선 연장전 포함 146㎞를 뛰었다. 최전방 공격수를 제외하고 거의 중앙선을 넘어오지 않았지만, 탄탄한 지역 방어를 바탕으로 뒷문을 틀어막으면서 약팀의 생존법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비록 목표인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거둔 신태용호도 빛났다. 17일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러시아 월드컵 기억에 남는 장면 베스트 10에 한국의 독일전 승리를 꼽았다. 이 매체는 “독일이 한국전 0-2 패배로 월드컵 역사상 가장 당황스러운 역사를 썼다”고 촌평했다. 당시 한국은 2패로 16강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데다 ‘세계 1위’ 독일을 맞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수비진이 독일의 파상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냈고, 마음이 급해진 독일의 빈틈을 노려 수비수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 공격수 손흥민(26·토트넘)의 연속골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외에 아시아팀 중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일본은 특유의 ‘패스 축구’ 이점을 살려 영리한 경기운용을 했다. 이란과 아이슬란드 역시 조별리그에서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와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가 버틴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와 비기는 반전을 써내며 축구는 ‘팀플레이’라는 격언을 몸소 알렸다. 이번 대회에서 축구계에 또 하나의 명언을 추가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말이 압권이다. 그는 “슈퍼맨(절대 강자)은 만화에만 존재한다”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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